G2(중국과 미국)는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확인됐다. G2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러한 대외적인 경제환경 변화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파트너로 주목받는 아세안의 현재와 미래상을 집중 조명했다.<편집자주>

아세안(ASEAN) 주요국인 베트남. /사진=머니투데이 DB
산업계의 이목이 '아세안시장'으로 쏠렸다. 최근 문재인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통해 본격적인 아세안(ASEAN) 공략 포부를 밝힌 가운데 아세안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것이다. 아세안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의 줄임말로 1967년 8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5개국으로 창설됐다. 이후 ▲브루나이(1984년 1월) ▲베트남(1995년 7월) ▲라오스(1997년 7월) ▲미얀마(1997년 4월) ▲캄보디아(1999년 4월) 등이 가입하며 현재 가입국은 총 10개국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대화상대국에 속했으며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기업투자 서밋’ 연설을 통해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선포했다. 특히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00억달러(약 216조2000억원)로 키우는 등 경제적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제품·콘텐츠 ‘핫이슈’

최근 아세안 국가에서는 한국산 제품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로 일본과 중국에서 주목을 받으며 시작된 ‘한류열풍’은 동남아시아로 건너가 현재 예능·영화뿐만 아니라 화장품·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얼마 전 우리나라와 FTA 체결 2주년을 맞은 베트남의 경우 ▲소형가전 ▲바디워시 ▲자동차부품 ▲의료기기 등에서 한국산 제품이 성장 중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베트남이 수입한 한국 가전제품 및 관련 부품 수입액은 연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관세청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한 ‘가정용 전자제품 및 관련부품’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9억달러 ▲2014년 10억800만달러 ▲2015년 13억1400만달러 ▲2016년 16억8700만달러로 최대 3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 실적이 높은 품목은 전기밥솥(HS Code 8516.60)인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전기밥솥브랜드는 ‘Cuckoo’로 타사 제품 대비 고가·고급제품으로 분류됐으며 내구성이 뛰어난 고품질 전기밥솥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신선영 KOTRA 베트남 하노이무역관은 “한국 전기밥솥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내구성 및 안전성·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현지 시장 경쟁력을 키웠다”며 “다양한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폭넓은 제품군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산 스킨케어제품 수입 1위 국가다. 외모관리에 관심이 높은 현지 남성 소비자가 크게 늘어 스킨케어시장이 성장세다. 말레이시아 스킨케어제품 수입규모는 총 2억4000만달러로 그중 한국산 제품은 4300만달러(17.9%)를 차지하며 1위를 점했다.

또 말레이시아의 덥고 습한 기후 특성상 끈적임 없는 보송한 피부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라네즈의 ▲워터뱅크 에센스 ▲미니 포어 워터 클레이 마스크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일본 제품과 경쟁 심화

우리나라 제품과 콘텐츠가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과 일본 기업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산 스킨케어제품의 수입액이 1위를 차지했지만 KOTRA가 조사한 말레이시아의 주요 스킨케어제품 점유율을 보면 SK-Ⅱ(일본산)가 1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건설자재 ▲전자 ▲철강 ▲플라스틱 제품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규모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리는 모양새다. 건설자재(시멘트)의 경우 2014년 우리나라는 19만6776톤, 983만7000달러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며 5만7615톤, 407만6000달러를 기록한 중국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중국은 14만3138톤, 1126만4000달러를 달성한 반면 우리나라는 7만4000톤, 353만4000달러에 그쳤다. 이어 중국이 19만5513톤, 1070만8000달러를 기록한 2016년에 우리나라는 3만1653톤, 127만2000달러로 전년대비 규모가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철강제품의 경우 상위 10개 교역국 중 우리나라가 3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일본과의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GTA(Global Trade Atlas)가 분석한 인도네시아의 철강제품 수입 3개년 동향을 살펴보면 2014년은 중국에서 30억5688만달러(385만4999톤), 일본에서 25억6710만 달러(215만8140톤) 규모를 수입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해 13억7547만달러(158만9970톤)에 그쳐 중국·일본과 2~3배 차이가 났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격차는 비슷했다. 2016년 인도네시아 내 한국산 철강제품은 8억775만달러로 전년대비 16.9% 감소했고 수입 중량도 121만3275톤으로 같은 기간 7.6% 줄어들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제품은 인도네시아 철강제품 수입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매년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입물량 자체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지만 단가 하향조정 등으로 가격이 비교적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국가가 아세안시장 확대를 노리는 만큼 기업들은 국가 간 정치적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얼마 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중관계가 경색돼 우리 기업이 유탄을 맞은 경험을 잊지 말고 아세안시장에 진출할 때 해당 국가에 대한 다각적인 전략을 세우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 한국산 제품과 콘텐츠 등이 인기를 끄는 지금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와 함께 국가 간 정치적 관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뒤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