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경영비리 혐의로 오너일가가와 최고경영진이 무더기로 기소된 가운데 1심에서 수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한숨 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롯데 오너일가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95)과 치매 등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속은 하지 않았다.
또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무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롯데 오너일가와 함께 기소된 전문경영인 채정병 전 사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비리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롯데 오너일가의 범행은 임직원에 자괴감과 박탈감을 주고 신용을 훼손하며 국민의 지지와 멀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에 대해 “법질서를 준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기업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처분한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며 “다만 신 총괄회장이 나이가 많고 사실상 장기간 수형생활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대해선 “롯데그룹 내에서 절대적 위상을 가졌던 신 총괄회장의 뜻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이 사건으로 인해 피고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도 없다”며 “피고인의 가담정도와 현재 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경영일선에서 빼는 것보다 기업활동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기업의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또 신 전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 신 이사장과 서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만약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됐다면 지주사체제 전환과 10조원대 규모로 추진하는 대규모 해외사업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었지만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다.
다만 신 회장과 롯데의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는 이번 경영비리 관련 재판 외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최순실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받았다. 이 재판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26일 열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전 임직원들이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