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년까지 비정규직 약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합의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지 7개월 만이다.
문재인정부 정규직전환 공약의 첫 사례인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화에 한발 다가서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논란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으며 양대 노동조합총연맹 간 갈등양상도 불거진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합의에 반발하는 한국노총. /사진=뉴시스 DB ◆정규직화 약속 7개월 만에 합의
지난해 12월26일 인천공항공사는 정일영 사장과 협력사 소속 노동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 방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당초 약속한 연내 정규직를 지키진 못했지만 최대 걸림돌이었던 전환방식을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회사가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공사의 평가다.
정 사장은 당초 비정규직의 연내 정규직화를 선언했지만 정규직 추진은 쉽지 않았다. 공사가 직접 채용하는 인력규모와 구성을 놓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공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비정규직근로자와 공사,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전위원회’를 구성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공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합의에 따르면 공사는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30%를 직접고용하고 70%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 60개 협력업체 직원 9894명 중 외국계와 대기업 소속인 109명을 제외한 978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공사가 직접고용하는 직원들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의 상주직원’으로 분류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보안검색, 보안경비 등 2940명이 대상이다.
공사는 남은 7000여명은 공항 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 종사자로 분류했다. 이들은 앞으로 설립할 자회사 두 곳을 통해 직접고용할 방침이다. 이 별도회사는 공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키로 했다. 지난해 9월 임시로 설립돼 운영중인 인천공항운영관리도 공사의 정규 자회사로 전환된다.
현장직에 대해선 면접 및 적격심사 등 ‘최소절차’를 통해 정규직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대상자의 5~10%에 해당하는 관리직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경쟁채용을 실시해 선발한다. 탈락자가 발생해 자리가 비는 경우 공개채용을 실시하는데, 이 경우에도 인천공항 근무경력에 가점을 부여해 가능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근로자들은 기존 인천공항 정규직 1200여명과는 별도의 직급이 주어지며 임금 역시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다만 직접고용 전환으로 절감되는 협력업체 일반관리비 등을 처우개선에 활용해 임금을 10% 가량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념촬영하는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과 박대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부장. /사진=뉴시스 DB ◆장고 끝 합의 ‘절반의 성공’
장고 끝에 합의에 도달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박대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협의를 마친 후 “절반의 성공”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먼저 비정규직 노조와 공사가 이룬 합의에 기존 정규직 노조가 반발하면서 양대 노총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먼저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12월21일 임금 및 단체협상 가합의안 투표에서 노조원 1058명 중 79.68%인 843명이 참석해 54.33% 반대로 현 노조지도부를 불신임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정규직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발이다.
노노갈등은 다른 양상으로도 전개된다. 공사의 직접고용 대상을 놓고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도 갈등이 나타난다. 이번 합의문에는 자회사 고용 대상자가 공사 고용 대상자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부여해야한다는 조항이 명시됐고 향후 공공기관 지정도 추진키로 했지만 직접고용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 직군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당초 두 기관의 연구용역에선 제외됐던 보안검색 직군이 공사 직접고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연구용역은 참고를 위한 자료일 뿐”이라며 “2016년 밀입국 사태 당시 보안검색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과 이번 합의를 주도한 민주노총간 알력다툼이 본격화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노총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일부가 포함돼있어 이를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은 합의 직후 비정규직본부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손바닥 뒤집듯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과 직군을 바꿨다”며 “직접고용 범위를 노사전협의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은 앞서 지난해 11월15일 “정규직전환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사전협의회 불참을 선언한 이후 지속적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공사를 비판해왔다.
이 같은 갈등양상을 고려하면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이제 시작단계다. 특히 기존 협력사들과 계약해지 문제 때문에 완전 정규직화는 2020년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기존 협력사와의 조속한 계약해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아울러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신규로 편입되는 직원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