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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의 흥망성쇠를 읽으면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의 흐름이 보인다. 지난해 가요계는 뜨거웠다. 국민 픽(PICK) <프로듀스 101> 출신의 ‘워너원’과 그래미 어워드 수상으로 글로벌스타가 된 ‘방탄소년단’(BTS)은 각종 시사경제지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들의 영향력은 화려한 숫자와 그래프로 설명됐다.
<걸그룹 경제학>은 제목만 보면 각 그룹의 수익이 얼마인지,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나열하는 책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걸그룹을 좋아하는 삼촌팬들만을 위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부제와 걸맞게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밀착형 경제학’을 설명한다.
저자들의 본업은 기자와 엔지니어지만 흔히 ‘삼촌팬’이라고 불리는 걸그룹 덕후다. 소녀시대에 대한 팬심으로 시작한 ‘걸그룹 세력도’ 작업이 결국 경제학까지 연결돼 한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다음소프트의 텍스트 마이닝 엔진을 활용해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와 통계치를 추출한 후 소셜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에 흔히 보던 ‘걸그룹 세력도’는 단순한 인기의 척도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경제 이론과 고도의 심리전이 담겨있다. 물건이 아닌 가치 소비를 지향하고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선호하는 스트리밍 쇼퍼(Streaming Shopper), 그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과 치열한 경영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걸그룹을 둘러싼 각종 사회경제법칙 31개를 경제학으로 정리했다.
예컨대 걸그룹 멤버 수가 점점 늘어나는 건 ‘링겔만 효과’ 때문이고 걸그룹이 시청률 3%의 가요프로그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버핏 효과’ 때문이다. 걸그룹에도 8020의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고 레임덕이 있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로듀스101>의 ‘픽미’(Pick me) 노랫말에는 지프의 법칙이 적용된다.
경제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한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사회경제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낸 것도 특징이다. 경제학과 더불어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확장해 전체를 보게 하는 것도 특별한 재미 중 하나다.
문화콘텐츠와 개인의 취향이 만나면 소비로 이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애니메이션·밀리터리·게임 덕후 등 전문가를 능가하는 정보력과 분석력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취향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데 어떤 식으로 일조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유익한 과정이 될 것이다.
유성운·김주영 지음|21세기북스 펴냄|값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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