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텐 쉐펄 AGCS 경영이사회 임원 겸 아시아지역 CEO. /사진제공=알리안츠손보
알리안츠그룹이 국내보험시장 문을 다시 두드렸다. 지난해 6월 알리안츠는 14년 만에 손해보험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국내영업을 시작했다. 폐업과 인수형태를 통해 국내에서 물러났던 알리안츠 생·손보 중 손보사가 다시 돌아온 것. 하지만 일각에선 알리안츠의 국내 진출이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보험시장 공략, 업계는 “글쎄”

국내시장에 진출한 알리안츠손해보험의 정확한 명칭은 알리안츠그룹의 산하기업 ‘알리안츠 글로벌 코퍼레이트 앤 스페셜티’(AGCS)다.


기업 및 특수보험 전문사인 AGCS는 책임보험, 기업보험, 특수보험, 대체리스크 전가 및 기업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보험과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며 규모는 작지만 알리안츠그룹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보험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AGCS는 국내 손보시장에서 우선 기업보험 공략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AGCS는 전세계 31개국에서 지점을 운영 중인 노하우를 살려 임원배상책임보험, 사이버보험, 환경손해배상책임보험 등 다양한 상품군을 통해 국내기업보험시장에 접근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AGCS는 지난해 보험개발원과 협력해 국내보험시장에 맞는 화재·해상·책임보험 등 상품 개발에 주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국내 시장 진출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마크 미첼 AGCS 아시아지역 CEO는 “한국의 기업보험 잠재시장은 40억~50억원으로 서구 시장에 비해 작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며 “브랜드 이미지나 평판에 문제가 생겼을 때 리스크를 보장하는 평판보험, 사이버보험, 엔터테인먼트보험 등 혁신상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보험시장은 규모가 작은 편인데 손보사들이 대부분 팔기 쉬운 장기보험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손보시장은 각종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이 60%,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비중이 30%다. 이외에 기업보험 등 일반보험이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AGCS는 국내시장에서 바로 이 10%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노창태 AGCS 한국지점 대표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인 한국은 분명 기업보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사이버보험이나 리콜보험 등이 주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손보업계의 시각은 ‘과연 그럴까’이다. 국내기업보험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지점만을 둔 외국계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적다는 지적이다. 또 AGCS의 국내시장 진출을 두고 ‘한국 지점관리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이버테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내기업의 사이버보험 가입률은 1%대에 그칠 만큼 여전히 수요가 적다”며 “물론 배상책임보험 등의 수요가 있지만 국내손보사들도 먹거리창출을 위해 점차 기업보험상품 비중을 늘리는 상황에서 AGCS가 경쟁력을 갖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GCS가 오히려 재보험시장 공략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드는 보험으로 원수사의 자본력이 필수다. AGCS는 알리안츠그룹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재보험 영역에도 발을 들일 전망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을 선점한 기존 업체들의 벽이 공고해서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재보험시장 업계순위(재보험료 수익)는 코리안리(5조3434억원), 스위스리(3153억원), 뮌헨리(2963억원), 스코르리(2101억원) 순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AGCS는 같은 기간 52억원의 재보험료 수익을 거뒀다. 일각에서는 AGCS가 손보업계 ‘메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빅4가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가져가는 상황이라 AGCS가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점진출 이유 있었나

AGCS가 해외에서 영업한 국내기업보험 계약물건 관리를 위해 국내에 진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AGCS는 2010년부터 홍콩 및 싱가포르 지점에서 한국의 기업보험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점만 해외에 있지 사실상 국내영업을 진행한 것. 물론 해외에 지점을 둬 한국시장 마케팅에 있어 보험중개사를 거쳐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존재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AGCS는 국내지점을 통해 한국 보험중개사와 보다 효율적인 계약물건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표면적으로는 기업보험과 재보험시장 확대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주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GCS가 2015년 ‘사이버 리스크 대응 가이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사이버보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어 국내 시장 진출을 지점관리 측면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사이버보험이나 리콜보험, 임원배상책임보험 등은 AGCS의 주력분야여서 관련 상품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또 현재 국내에 없는 기업평판보험 도입도 변수다. 유독 기업 오너의 갑질 등 각종 추문이나 제품결함사고가 많이 터지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기업평판 하락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의 수요는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

노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2017년은 AGCS의 지점확대, 상품 개발 및 신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상품 개발기간을 최대 3년으로 잡고 있어 올해 당장 구체적인 상품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GCS가 올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따라 국내 시장 전략의 향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