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S DB

SK증권 매각 절차가 9부 능선을 넘기는 듯했으나 예상보다 난항을 겪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증권 지분을 아직까지 매각하지 못한 SK에 금산분리 규정 위반으로 3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 자금조달 방식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인수자 자금조달 방식에 문제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케이프컨소시엄은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SK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자금조달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절차가 예상보다 더뎌졌다.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예상보다 오래 발목이 잡힌 것.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에게 재무적·도덕적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케이프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9.88%(약 3200만주)를 약 608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실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회가 승인한 뒤 매매대금이 납입되면 인수가 최종 완료된다.


그러나 금감원이 케이프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게 발목을 잡았다. 특히 자금 조달구조에서 제동이 걸렸다. 케이프컨소시엄은 본계약 체결 당시 SPC인 ‘이니티움2017 주식회사’를 통해 SK증권을 인수한 뒤 거래대금 절반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대고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케이프컨소시엄의 SK증권 인수는 현재 심사 중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인수 구조 등을 비롯해 여러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심사 중에 검토할 사항이 많아지면 심사가 더 길어질 수도 있어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승인 또는 불승인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심사의 고려 대상은 SK의 금산분리 위반이 아닌 케이프가 신청한 대주주 변경에 관한 것”이라며 “SK가 금산분리 규제 위반으로 과징금을 받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번 심사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자금조달구조나 사모펀드(PEF) 형태로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문제를 삼는 자금 조달구조의 핵심은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유동성공급자(LP)를 통해 자금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 인수를 위해 PEF를 결성하고 자사도 LP 중 한곳으로 참여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금감원은 케이프컨소시엄이 SK증권 인수를 위해 결성한 PEF에 케이프투자증권이 LP로 참여할 경우 케이프투자증권의 PEF 출자가 모회사인 케이프에 대한 대주주 신용공여가 되는 점을 걸고 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제3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 금전이나 증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대여하거나 채무이행의 보증,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 그 밖의 거래상의 신용위험을 수반하는 직·간접적인 거래를 할 수 없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에 레버리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2016년 LP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LI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터라 또다시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SK 금산분리 위반까지 ‘겹악재’

문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가 무산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SK증권을 매각해야 하는 SK 입장이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1일 SK는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 29억6100만원이 부과됐다. 1년 내 SK증권 지분 9.88%(약 3200만주)를 매각하지 못할 경우 검찰에 고발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SK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의 원인으로 매각이 지연된 것이라 답답할 노릇이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일반지주회사 전환 시점부터 금융·보험업 회사 주식 매각은 2년 동안 유예해준다.

2015년 8월3일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지주회사인 SK가 출범했다. SK는 SK C&C가 지분을 갖고 있던 SK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2년 내에 SK증권 보유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것. 이에 따라 SK는 지난해 8월3일부터 금산분리 규정을 부득이하게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주식 매각 기간이 지난해 8월까지라 이미 예상된 과징금 부과였다”며 “SK증권의 구성원도 SK의 직원들이기 때문에 고용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케이프를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는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선협상대상자 재선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케이프투자증권과 함께 매각 절차를 진행해온 상황이라 재선정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케이프 쪽에 다른 방안은 없는지 함께 상의해보고 다각도로 매각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의 지적을 성실히 이행해 1년 이내 SK증권 매각을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불승인을 받은 게 아니라서 SK증권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며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26호·제5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