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갈수록 노골화 되면서 한국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시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때부터 보호무역 강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예상대로 상식을 뛰어넘는 통상압력이 이어지면서 한국 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보 빌미 한국 산업에 족쇄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제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명단에 오른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베트남 등 12개 국가다.


상무부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에 53%의 관세를 적용하거나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안건에 대한 검토를 거쳐 철강은 4월11일까지, 알루미늄은 4월19일까지 제재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제재 대상 국가에 포함된 나라 중 미국의 주요 우방국가는 한국뿐이라는 점이다. 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와 7~9위인 일본, 독일, 대만은 모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철강에 대한 이번 관세부과 절차는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앞서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간 120만대의 한국산 세탁기 수입물량에 대해서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 관세를 추과 부과한다.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한다. 또한 태양광전지에 대해서도 향후 4년간 2.5GW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 30%, 이듬해 25%, 3년째 20%, 4년째 15%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다른 산업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가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대한 관세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동차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될 우려가 높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이 같은 통상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대응 반격 나선 한국


미국이 연일 통상압력 공세를 펼치자 우리 정부도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먼저 세탁기와 태양광전지·모듈 등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선 자유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철강과 변압기에 대해 미국이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고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기로 했다.

AFA란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시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아닌 제소자 주장 덤핑률 또는 보조금률 등 불리한 가용정보를 사용해 조치수준을 상향조정하는 조사기법으로, 현재 미국이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협의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양자협의를 진행해야 하며 요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WTO 패널 설치를 요청해 본격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경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는 WTO 제소와는 별개로 우호세력의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미국의 통상압력을 정부가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WTO 제소 등은 당연한 조치”라며 “제소와는 별개로 정부 간 대화나 한국에 우호적인 미국 의회 인사를 찾아 우리나라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호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차원에서도 현지 수요업체들과의 연대도 중요하다”며 “(미국이)수입 장벽을 쌓게되면 현지 수요업체들이 비용 증가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 등을 부각해 미국 내에서 자국 정부의 보호무역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도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