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생명보험협회
주요 보험사 CEO 인사에서 재무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중용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앞으로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때문에 자본건전성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재무 능력 갖춘 CEO 중용돼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현성철 사장과 최영무 사장을 각각 내정하고 KB손해보험, NH농협생명·손해보험 등도 신규 선임 및 기존 CEO 연임을 확정지으며 올해 농사준비를 마쳤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몇몇 보험사 CEO를 제외하고 대부분 선임이 마무리 된 것.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렇게 보험 부채가 급증하면 지급여력(RBC)비율도 하락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에 보험사들은 새 CEO 선임에 있어 재무적인 능력도 고려한 인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현성철 사장 내정자는 삼성그룹 감사팀 출신으로 영업과 재무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 등 각종 규제 변화와 IFRS17 등 회계제도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매, 영업, 마케팅, 재무 등을 경험하며 경영 역량을 쌓은 실무전문가인 현 내정자의 합류는 삼성생명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 내정자는 삼성카드 CFO(최고재무책임자) 재직 당시 호실적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어 다가오는 IFRS17 등 회계제도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공식 취임한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본부 본부장,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소형사인 KB생명 입장에서는 허 사장의 재무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허 사장은 취임과 함께 IFRS17 대응을 위한 조직편제에 이미 들어갔다.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서대문구 본사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NH농협손해보험 제공
허정수 사장이 지난달 12일 여의도 KB생명 본사에서 ‘2018년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KB생명보험 제공

농협금융지주 재무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오병관 NH농협손보 신임 대표이사도 재무능력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보장성상품 중심으로 신상품을 개발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는 상황에서 오 대표의 주요 전략도 차별화된 보장보험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IFRS17 도입 하에 저축성보험료는 부채로 잡혀 보험사 자본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12월 생명보험협회장직에 깜짝 선임된 신용길 회장 역시 재무적인 능력으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재무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보생명, KB생명 등 대·중소형보험사에서 모두 일해본 경험이 있다. 회장 선임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재무구조와 관련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내놓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보험 IFRS 전문가그룹 등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적용 세부방안 파악, K-ICS 적용 후 계량영향평가 시 개선 필요사항, 보험업계의 실무적 애로사항, 당국에 적극 개진 등 IFRS17 관련 추진 방안을 발 빠르게 내놓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 수장의 경우 영업은 물론 재무, 마케팅, 실무이론 등 다방면에 능통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IFRS17 이슈로 인해 보다 재무적인 감각을 갖춘 인사가 중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