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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 도와줘!”
1980년대 방영된 외화 ‘전격Z작전’(원제 나이트 라이더)은 큰 인기를 끌었다. 데이빗 하셀호프 주연의 이 드라마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자동차 ‘키트’가 사실상 주인공이었다. 하셀호프와 음성으로 소통하며 악당을 물리치던 키트는 30여년이 지난 현재 자율주행차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시장은 2020년 전체 자동차시장의 1.5%인 2000억달러(약 213조6800억원)를 차지한 후 2035년 1조2000억달러(약 1282조3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레벨은 ▲운전자가 차량을 모두 제어 ▲조향·제동 단일보조 ▲조향·제동 통합보조 ▲부분자율주행 ▲완전자율주행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목적지 입력만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완전자율주행 단계에서는 9종 32개 이상의 센서와 기술이 자율주행차에 탑재된다.
◆자율주행차의 눈 비싼 몸 ‘라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사물인식 기술이다. 전방충돌방지, 차선이탈방지, 차간 거리 조절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모든 기능은 자동차 주변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느냐에서 시작한다. 이 기술은 다양한 사물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다양한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게 해주는 센서는 자율주행차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통상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센서 등이 두루 쓰인다. 각 센서마다 탐지거리나 범위, 가격, 성능의 장단점이 있어 여러 센서를 융합해 사용한다.
이 가운데 ‘라이다’(Lidar)는 완전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센서로 꼽힌다. 라이다는 1960년 처음 등장했다. 당초 우주비행사들이 달표면을 본뜨거나 고고학자들이 지도를 만들 때 활용했던 기술이다.
라이다의 원리는 이렇다. 자동차 외부(흔히 지붕)에 위치한 센서에서 초당 수백만개의 레이져빔을 발사한다. 이 빔은 주변 물체에 반사돼 다시 센서로 돌아온다. 라이다는 이 시간을 측정해 3차원으로 주변환경을 인식한다.
신속·정확한 인식 덕분에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으로 불리지만 개당 가격이 최대 1만달러(약 1000만원)에 달할 만큼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오래된 기술이고 가격도 비싸지만 라이다가 주목받는 이유는 월등한 3차원 복원 기술 덕분이다.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사용해 3차원 해상도가 탁월하고 정밀도도 높다. 레이더, 초음파카메라 등과 함께 결합했을 때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주목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라이다의 해상도와 인식 거리를 늘리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이 라이다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가격대가 높지만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흐름이 활발해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차 급부상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도움 없이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분석, 패턴을 발견하고 주행상태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스스로 판단,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탑재가 자율주행차의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딥러닝은 2016년 3월 알파고가 유명세를 타면서 덩달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존의 머신러닝이 단순 분류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라면 딥러닝은 한단계 더 진화한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와 관계없을 것 같던 딥러닝이 자동차와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기존 자율주행기술은 고가의 센서와 자동차산업의 전문성을 이해한 소수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딥러닝이 등장하면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딥러닝은 라이다를 비롯한 센서 중심의 자율주행과는 다른 작동구조를 지닌다. 딥러닝은 입력·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가학습과 가치판단을 진행, 마치 인간이 주행을 반복할수록 운전기술이 느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현재 센서 중심 자율주행차는 외부 액츄에이터를 탑재해 일반도로에서 제한적인 주행만 가능하다. 하지만 딥러닝 기능이 본격 적용되면 일반도로는 물론 고속주행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복잡한 센서도 대폭 줄어들어 자동차 제작비의 원가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신재 충북대 스마트카연구센터 교수는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기관이나 기업들도 라이다와 레이더를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부품 하나에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며 “평균 3~4개의 라이다가 필요한 점을 고려했을 때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차는 시간과 원가를 모두 절약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완성차제조사들도 최근 딥러닝 관련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 중이다. 다임러,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업체는 2016년부터 딥러닝 관련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GM과 포드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 기업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고 딥러닝 기술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만 딥러닝 자율주행은 아직 태동기에 지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딥러닝 기반의 자율주행 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시행착오를 파악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딥러닝과 V2V(vehicle to vehicle) 기술이 융합될 경우 더 확실한 안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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