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어느 계열사가 그룹의 중심적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양도차익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것) 조항이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이어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거세다는 점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주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정위가 기업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면서 올해 ‘주총 시즌’을 지난해 연말에 이어 2차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도 현대차그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설’만 무성한 지배구조 개편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홀딩스)를 출범시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일부 사업부를 정리한 자금으로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혜정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글로비스가 반조립제품(CKD) 사업부를 매각하고 해당 매각대금을 활용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유리한 포석이 놓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적 위치에 놓이면 오너일가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며 “현대글로비스가 CDK를 매각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매각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보상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기존 전망과 달리 현대차가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현대차도 지주사 후보군에 올랐다. 현대차가 재무적 여력이 큰 데다 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을 담당하는 만큼 유력한 지주사 후보로 지목한 것. 그룹 내 계열사 중 자본금과 시가총액이 가장 높아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정 부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차 지분을 상속받아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 비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든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3월16일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상정 안건이 아니어서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의 ‘자발적 개혁’ 시한을 지난해 연말에서 올 3월로 연장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지배구조 개편을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스템
◆모비스 축으로 개편 가능성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시장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 보면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의 20.78%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5.17%)와 현대모비스(6.96%)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 부회장도 현대차(2.28%), 기아차(1.7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회사들에 대한 지분율은 비교적 낮지만 현대모비스를 기반으로 한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와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이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를 중심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장의 예상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을 오너일가가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4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거나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가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대글로비스 보호예수는 지난해 2월부터 풀린 상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매각하더라도 4조원에 달하는 지분 매입 비용을 충당하기는 힘들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계열사 중 오너지분율이 가장 높은 만큼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호실적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막대한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주도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어느 계열사를 중심으로 흐를지는 현재 확실하지 않다”며 “경영권 승계가 걸림돌인 상황이지만 사업 방향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