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유료 배차서비스 실시를 앞두고 논란이 뜨겁다. 일반인은 온라인 댓글을 통해 택시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을 늘어놓는 상황이고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시 택시조합은 반대 입장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선 택시기사의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승객이나 택시조합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좁았던 게 아닐까 짐작한다. 이에 카카오택시 유료 배차서비스를 현장에서 접할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택시에 올라탔다.


◆일선 택시기사 “나쁠 것 없다”

카카오택시의 유료화 방침에 택시 관련 단체들은 반발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해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단체는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의 유료 배차서비스가 승객·택시기사 간 시비와 분쟁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단체들의 반발과 달리 기자가 만난 일선 택시기사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기사 7명은 모두 “기사들에게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익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기사도 있었다.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인 유모씨(57)는 “현재 사납금 채우기가 어려워 출근하는 게 마이너스인 상황이 많다”며 “법인이 아니라 택시기사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하니 돈벌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수익성이 확연히 달라지는 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인 김모씨(53)는 “어떤 손님을 태우느냐에 따라 기사의 수익이 크게 달라지다보니 사실상 손님을 가려 받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며 “비정상적인 현행 시스템에 수요와 공급을 조정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 개인택시 기사인 한모씨(63)는 “광명에서 부천이나 안양 등 근교에 갈 때 빈차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20%의 시외할증을 적용하더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2000원 정도 추가요금이 주어진다면 달가운 마음으로 갈 수 있으니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


카카오의 유료 배차서비스를 반대하는 기사는 없었지만 이 서비스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 구모씨(48)는 “택시기사에겐 나쁠 것이 없지만 이 서비스가 지속될 경우 유료배차가 아니면 가기 싫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 심야시간에는 강남으로 가거나 장거리가 아닌 이상 모두 유료배차로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합은 요금 인상에 직면한 승객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택시 도입 후 심해진 택시기사들의 콜 골라 받기 때문에 승객들의 불만이 커졌는데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유료화가 사납금 인상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 유씨는 현재 택시법인들이 카카오택시 유료배차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가 커 보인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비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회사는 사납금을 올리려고 혈안인데 유료 배차서비스를 운운하는 건 아닐까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확정되지 않은 카카오택시의 수익 배분율을 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인 김모씨(51)는 “며칠 전 유료 배차서비스와 관련된 알림이 왔는데 기사들에게 얼마를 배분해준다는 얘기는 없었다”며 “절반 이상을 카카오가 가져간다면 카카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의 이 같은 서비스 도입이 택시요금 조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거란 의견도 있다. 광명 개인택시 기사 한씨는 “현재 택시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외할증율 조정 등이 필요한데 카카오택시 유료배차와 함께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 기사들 “라이드셰어링 나왔으면”

일부 법인택시 기사는 우버와 같은 라이드셰어링이 정식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김모씨(42)는 “택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문제가 너무 많다”며 “반발이 크더라도 우버 같은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만이 운송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택시법인 및 개인택시 기사들의 입장과 배치된다. 택시법인과 개인택시조합 등은 우버의 국내 도입에 극렬하게 반발했고, 풀러스 등 ‘카풀 서비스’도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선 택시 관련 단체들이 카카오 유료 배차서비스에 반발하는 이유가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씨는 택시법인에 대한 반감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는 “승객을 가려 받는 등 기사들의 잘못된 관행은 법인택시 기사에게 부과되는 과중한 사납금 때문”이라며 “택시법인의 구조를 보면 비정규직에게 중간착취하는 용역업체나 다를 게 없는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택시업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요금인상이나 유료 배차서비스로는 불가능하다”며 “라이드셰어링이 도입되면 기사들이 택시회사를 떠나 시장에 뛰어들어 돈벌이를 할 수 있고 이는 승객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