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했던 상장사들이 줄줄이 정정공시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일각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제약·바이오 거품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테마감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테마감리란 2014년부터 금감원이 사전예방적 회계감독 및 감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특정 회계이슈를 중점 감리 분야로 예고하고 감리를 하는 선제적 방식의 제도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하향조정에도 증권시장은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테마감리에 따라 기업의 경영실적이 하향조정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의 본질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테마감리 주요 타깃은 ‘제약·바이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의 주가가 급등락세를 보이며 개발비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상장사가 개발비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회계처리하는 등 재무정보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가운데 55%에 달하는 83개사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체 잔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개발비 잔액의 11%에 해당한다. 앞서 외국계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현재 30만원대인 셀트리온의 주가는 8만원대가 적절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월 결산 및 감사 시 유의사항, 주석공시 모범사례 등을 안내하면서 상장사 회계처리 방식을 점검해 테마감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개발비 인식·평가의 적정성 ▲국외 매출 회계처리의 적정성 ▲사업결합 회계처리의 적정성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의 적정성 등 ‘테마감리 사전예고’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회계 의혹, 감리 지적결과,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올해 테마감리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할 회계 이슈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회계오류 방지를 위해 테마감리 회계이슈와 유의사항을 참고해 결산에 신중히 반영해야 한다.

이번 테마감리로 실적이 가장 크게 악화하는 분야는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감리가 보수주의적 관점에 중점을 둬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당장 경영지표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립리서치센터인 알음리서치 최성환 대표는 “신약을 예로 들면 개발 중인 신약이 미래에 판매 승인을 받아 실제 제품 판매로 이어지거나 기술수출되는 등 상업화에 성공해 수익이 창출돼야 자산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며 “여러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대부분 정부 판매 승인 시점을 그 기준으로 판단해 승인 이후만 개발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대표는 “그러나 국내 업계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달리 정부승인 이전 단계부터 개발단계로 판단하는 회계처리가 보편적”이라며 "임상 3상 심지어는 임상 1, 2상까지 개발비로 인식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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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판단은 악재보다 기대감 

상장사들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감사보고서를 제출받아 앞서 잠정공시를 통해 발표한 실적을 고쳐 쓰고 있다. 

상장사는 현행 규정상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동할 경우 잠정공시한다. 이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일반적으로 1~2월 사이에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또 상장사들은 주총이 열리기 1주일 전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때문에 잠정실적 공시 한달 만에 정정공시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

올해 본격적인 주총이 몰려있는 3월21일 전까지 나온 잠정실적 정정공시는 총 336건이다. 지난해 3월까지의 잠정실적 정정공시(293건)와 비교했을 때 14%가량 많은 수준이다. 일부 제약, 바이오 업체가 잠정 공시부터 금감원의 테마감리 항목을 반영한 것을 고려하면 실적이 크게 변동하는 종목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악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제약주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라면서 “주가 흐름은 시장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넥신은 지난 2월28일 공시했던 잠정실적을 3월14일에 테마감리 예고에 맞춰 정정공시했다. 영업손실은 64억원에서 269억원으로 확대됐고 순이익도 11억원에서 순손실 193억원으로 적자 상태가 됐다. 메디포스트도 2월7일 공시했던 실적을 3월13일 정정해 당초 7억원의 당기순이익이 36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변경했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2월26일 아예 테마감리를 반영한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R&D 비용 38억원을 비용 계상해 영업손실이 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241% 증가한 수치다.

이들 업체는 모두 장마감 후 이 같은 실적 악화 내용을 공시했으며, 공시가 나온 다음날 일제히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제넥신은 정정공시 다음날 3.21% 하락했고 메디포스트는 0.23% 내렸다. 바이로메드는 0.72% 상승해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 종목들은 모두 실적발표 하루 만에 약세를 떨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 바이오주는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업종이 아니다”며 “절대 호재는 아니지만 임상 기대감에 움직이는 업종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