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월16일 서울 대방동 본사에서 열린 제9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이 통과된 것.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쉽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연평균 13%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또 도입약 중심의 보수적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성장과 체질개선’ 두마리 토끼를 쫓아 양쪽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이다. 앞으로 3년 더 유한양행을 이끌게 된 이 사장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40년 내공 바탕으로 ‘혁신’ 추구
이 사장은 1978년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유한양행 공채로 입사해 2015년 3월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유한양행에서만 40여년간 재직하며 병원영업부 이사, 유통사업부·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 전무·부사장, 총괄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회사 속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유한양행은 글로벌제약사와 손잡고 판매하는 도입약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난해 3분기 기준 53.6%)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 취임 후 연구개발(R&D)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신약개발사로 체질개선을 시도 중이다.
연간 500억원 안팎이던 유한양행의 R&D비용은 2015년 726억원, 2016년 865억원, 2017년 103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는 연매출액 대비 각각 6.4%, 6.5%, 7.1% 수준이다. 아직 R&D투자 1위 한미약품(매출 대비 18.6%, 1707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외형 성장과 미래를 위한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모두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사장 취임 후 유한양행 매출은 2015년 1조1287억원, 2016년 1조3208억원, 2017년 1조4622억원으로 연평균 13% 이상 늘어나며 업계 선두 자리를 다졌다. 또한 공동개발, 기술도입, 합작법인 설립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며 R&D 확대를 적극 추진해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이 9개에서 1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사진=유한양행 가시적 성과도 나왔다. 유한양행은 3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제 ‘YH25448’의 임상을 3월 중 마무리하고 2상 종료를 앞당길 예정이다. 임상1상에서 YH25448은 대조약에 비해 우수한 항암 효과와 고용량 투여 시에도 피부독성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 발생이 적은 안전성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1상에서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승인을 받고 4월부터 임상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4월 열리는 미국암학회(AACR)에 참가해 YH25448의 전임상 효능 및 작용기전에 대한 포스터를 공개하고 6월에는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YH25448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능성소화불량·장폐색증치료제 ‘YH12852’는 임상 2상에 진입했으며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식약처로부터 면역항암제 ‘IMC-001’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또 2가지 이상의 약물을 결합해 복용 편의성과 효과를 높인 복합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5종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추진하던 유한양행이 이 사장 취임 후부터 R&D분야 투자를 늘리며 체질을 바꾸고 있다”며 “제약 R&D 특성상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본격화되면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D·사업다각화로 미래 준비
이처럼 체질개선에 나서면서도 성장이라는 기업의 핵심 과제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한 이 사장의 선택은 사업다각화다. 지난해 뷰티&헬스와 관련된 사업을 트렌드에 맞춰 더 빠르게 진행하고자 뷰티사업 전문기업 유한필리아를 설립해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 합성어)시장에 진출하고 헬스부문도 강화했다.
또한 임플란트 관련 회사를 인수해 치과분야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프리미엄 분유시장과 녹용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기능식품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이 사장의 공로는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21일 ‘제45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산업을 선도한 경영자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또 지난 2월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올해 유한양행의 새 경영슬로건으로 ‘새로운 도전, 새 가치 창조’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교육·사유·실행을 실천 지표로 삼아 인재양성, 창의적 사고, 즉시 행동하는 기업문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난 한해 전 임직원이 직면했던 어려운 난관을 뜨거운 도전정신으로 극복하고 회사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와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개발·창의·행동’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전임직원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남다른 창의력과 앞선 행동으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 사장 취임 후 기업문화 개선이 많이 이뤄지면서 다소 보수적인 기업 이미를 벗고 생동감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성장을 지속하면서 R&D 중심 제약사로 사업체질까지 바꾸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제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 사장이 3년 뒤 유한양행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프로필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 ▲유한양행 입사(1978년) ▲유한양행 병원영업부 부장·이사 ▲유한양행 유통사업부·마케팅홍보담당 상무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 전무·부사장 ▲유한양행 총괄부사장 ▲한국얀센 공동대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유한크로락스 이사 ▲유한킴벌리 이사 ▲이뮨온시아 이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