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이 텅 비어있다. 이날 MBC 직원 이메일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요구로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리기로 했으나 안건미정과 간사합의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정부가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로 천명한 가계통신비 인하가 동력을 잃고 표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편요금제를 비롯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도출했지만 국회가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면서 힘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내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전무한 상태다.

과방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보편요금제 법안을 내놓고 두달 후인 8월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보편요금제는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를 거치면서 통신업계와 시민단체, 제조사의 의별 불일치로 합의에 실패했다. 보편요금제의 공은 이달 들어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과방위는 추 의원안과 정부안을 병합 심사 키로 한 것 외에는 물밑 논의조차 없다.

과방위 국감 결과보고서(통신정책 분야 주요 감사 실시 내용)에도 국회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찬성 없이 신중론 또는 반대 입장만 표시했다. 보편요금제와 관련 보고서에는 부분 찬성 또는 동의 의견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에 지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고 보편요금제 추진 시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보다 알뜰폰 위주로 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배경에는 여야의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됐다. 야당은 보편요금제를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규정하고 처음부터 반대입장을 폈다. 여당도 ‘기본료 폐지’ 공약 후퇴라는 여론의 역풍이 두려워 섣불리 보편요금제 도입에 찬성하지 못하는 눈치다.

또 과방위의 법안심사소위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과방위 간사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이 맡고 있는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새로 간사 선임 및 법안심사소위를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여야가 의원 구성 비율을 두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소위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회 일정도 변수다. 국회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20대 하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있어 여야 간사와 위원장 등 과방위 의원진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보편요금제 논의가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동력을 잃은 이유다.

과방위 관계자는 “정부가 구성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로 일단 보편요금제 논의를 이관하면서 국회로 쏠리는 관심이 작어졌다”며 “협의회 일정이 끝나고 국회로 다시 시선이 쏠림에도 적극적인 추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국회 일정 상 단기간에 소위 구성과 정책 추진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