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아파트로 불린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내방객이 몰린 모습.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가 시장에 먹혔을까. 부동산시장이 점차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정부가 각종 대출 규제와 재건축 규제를 앞세워 시장을 조이자 매매가 상승 열기는 식고 전셋값도 주춤해졌다.

아직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 집값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지만 상승폭은 크게 둔화됐다. 팔까 말까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내놓아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값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확신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본격적인 봄 분양시즌으로 접어들면서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데다 시세차익 가능성이 커 '로또 아파트'라 불린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분양시장에는 청약자가 몰리며 장사진을 이루는 등 과열 여지는 아직 남았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과연 어떤 흐름을 보일까.

◆주춤한 전셋값, 움찔한 매매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떨어졌고 매매가 오름세는 주춤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서울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12년 7월 1주차(-0.01%) 이후 5년8개월 만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새 아파트 공급 및 갭투자 영향으로 전세매물이 쌓이는 가운데 세입자의 자가전환,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등 수요가 줄며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5% 올랐지만 상승폭은 6주 연속 줄었다. 매수세 감소로 분위기가 둔화됐고 대단지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의 시장 규제가 본격화된 것이 아파트값 상승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꾸준히 매물을 시장에 내놓은 점도 주목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전달에 이어 다시 1만여건을 넘는 등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둔 올 1~2월에도 거래량이 급등한 바 있다. 월별 거래건수는 1월 9962건, 2월 1만1162건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거래건수는 1만3447건이 신고돼 3월 기준 역대 최고인 2015년 3월(1만2972건) 기록을 넘었다.

3월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는 이달 시행에 들어간 양도세 중과,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대출규제를 통해 꾸준하게 돈줄을 죄는 점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새 대출 규제도 아파트 수요자들의 거래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DSR은 대출 심사 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더한 뒤 연소득과 견줘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대출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뜻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보기위해 운집한 내방객.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로또아파트 열풍 계속될까

최근 부동산시장이 다소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에 대해 전문가는 본격적인 정부 규제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양도세 중과 시행과 다주택주자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각종 대출 규제 등 다양한 방면을 망라한 정부의 규제가 시장의 기세를 꺾은 것”이라며 “이 같은 시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다소 안정화된 시장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규제가 계속될수록 시장은 또 다른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등 적응하고 있어 최근 진정국면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정부는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등 대부분의 규제를 시장에 일괄 적용해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획일적인 규제보다 상황에 맞는 맞춤형 규제로 안정적인 시장 흐름을 길게 끌고 가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 여파로 시장이 다소 진정국면을 보이지만 열기가 완전히 식은 건 아니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에서는 아직도 수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는 등 이른바 ‘로또 아파트’ 열풍이 거세다.

로또 아파트 열풍은 견본주택 개관 때부터 예견됐다. 청약 당첨 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돼서다. 올 상반기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8단지 재건축)의 경우 최근 진행된 서울 일반물량 청약에서 평균 25대1, 최고 90.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또 다른 로또 아파트로 기대를 모았던 과천위버필드는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평균 1.65대1의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이며 일부 주택형에서 13가구가 미달됐다. 하지만 이어진 1순위 기타지역(과천시 거주 1년 미만 및 수도권 거주자) 청약에서는 14.88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정부 규제에도 인기지역에 청약자가 쏠리는 로또 아파트 열풍에 대해 전문가는 한탕주의식 투기성 청약 수요와 안전자산 구매심리가 결합한 결과라고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단기간 큰 차익을 거두려는 로또 구매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각종 규제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