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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지질공원·해남 공룡화석지 등 6곳 가족 나들이 유혹
하늘이 무너졌고 바다가 솟았다. 불이 들끓었으며 물은 차올랐다. 땅은 꺼지거나 솟구치기를 거듭했다. 매서운 눈보라까지 몰아쳤다. 땅의 시간은 불과 물과 바람을 품었다. 주상절리, 현무암, 용암, 단애, 적벽, 협곡, 폭포, 백석탄, 해안사구, 해식동굴 등이 그것이다.
땅은 또 산 것들을 분명 기억한다. 대표적인 게 공룡이다. 아이들은 공룡전시관에서 인기 애니메이션 <아기공룡둘리>의 둘리와 <뽀롱뽀롱 뽀로로>의 크롱이 티라노사우르스라고 재잘댄다. 공룡이 냉혈동물인지 온혈동물인지 아니면 뼛조각 화석만으로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지…. 호기심에 전시관을 들쑤시고 다니는 아이는 공룡박사다.
4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가볼 만한 곳은 전국 지질공원 명소다. 청송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경북),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제주), 태안해안국립공원(충남), 한탄강지질공원(경기),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전남), 태종대(부산) 등 6개 지역이다.
◆바람과 시간이 빚은 청송
4월 경북 청송(靑松)은 푸르다. 주왕산과 주산지, 신성계곡의 원시 비경에 푸름을 더한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 청송은 지질관광의 서막을 열었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지구의 시간을 알리는 암석과 장엄한 협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청송의 대표적인 지질공원은 주왕계곡이다. 지질탐방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대전사에서 바라본 주왕산 기암 단애는 압권이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아홉번 이상 폭발했는데 화산재가 쌓이면서 굳은 용결 응회암이 기암 단애를 형성했다. 하늘로 향한 손 모양이 마치 환영한다는 인사처럼 반갑다.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자랑한다. 학소대는 포수에게 백학이 잡힌 뒤에도 청학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았다는 애잔한 사연을 묻었다. 떡을 찌는 시루 모양의 시루봉은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옛 이야기 속에 걸음도, 몸도, 마음도 느려진다.
계곡 하류 지역은 기암절벽과 솔숲, 청류와 자갈밭, 야영장이 있어 가족 휴양지로 제격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된 화석 중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백악기 초식공룡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공롱 수각류의 발자국을 쫓다보면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더불어 화석 발굴 체험장, 만안자암 단애도 인기다. 백석탄(白石灘) 계곡은 신비한 하얀색 돌이 모여 장관이다. 백석탄에 생긴 포트홀(돌개구멍)은 계곡물의 흐름에 따라 암반에 생긴 작은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청송꽃돌이라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5000만년 전 지층의 약한 부분을 뚫고 유문암질마그마가 들어가 생성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지질자원이다. 구과상 조직의 형태에 따라 민들레, 국화, 해바라기, 장미, 모란 등 신비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이 나타난다. 꽃돌과 수석 900여점이 있는 주왕산관광단지 수석꽃돌박물관도 찾아야 한다.
청송의 시간여행에 마른 목도 축이자. 부곡리 탄산수인 달기약수탕은 130여년을 이어온 원탕 약수의 성분이 좋고 맛이 진하다. 주변에 약수를 써 끓여낸 토종닭 백숙 등 진미가 많다. 또 온천에서 세월에 찌든 시름도 놓아보자. 청송솔기온천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지하 700m에서 용출하는 알칼리성 온천수가 좋다.
◆화산학의 교과서 제주
제주도에서 화산활동이 처음 일어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서남부 해안 지대인 용머리해안이다. 제주의 탄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크게 3코스로 구성됐다. 산방연대와 산방굴사를 둘러보는 A코스(약 2㎞, 1시간 30분), 사계포구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걷는 B코스(약 2.5㎞, 1시간30분), 산방연대에서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약 5.7㎞, 2시간30분)가 그것이다. 용머리해안 입구에 지질트레일 해설사가 상주해 오후 3시 이전이면 언제든 해설을 청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 화산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3번 폭발했다. 분화구가 분출한 마그마와 화산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완만한 언덕 모양의 화산체인 응회환을 만들었다. 물결치듯 겹겹이 층을 이룬 지층의 단면은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마그마에 용해된 물질이 급속히 식으면서 모래알 크기의 화산쇄설물을 형성했다. 이것이 반복적으로 쌓여 이색적이고 웅장한 원시 제주의 지질층이 탄생했다.
언덕 아래 탐방 코스를 따라가면 해안가에 드러난 독특한 지층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라. 끊임없이 철썩대는 파도가 제주가 태동하던 때의 맥박 소리처럼 들린다. 다만 용머리해안은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은 날엔 출입을 할 수 없다. 1년에 탐방이 가능한 날이 200일이 채 안 된다 하니 태초의 제주와의 만남은 운에 맡기자. 하루에도 기상이 여러번 변하므로 출발 전 탐방안내소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산방산은 용머리해안과 함께 제주에서 오래된 화산지형으로 꼽힌다.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서 분화구가 없는 용암돔 형태로 굳었다. 산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방굴사가 유명하다.
화산 토양인 제주도는 땅이 척박해 예부터 밭농사를 지었는데 빗물이 고이지 못하고 스며들어 물이 무척 귀했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B코스를 따라 산방산 자락에 펼쳐진 사계포구와 굽이굽이 이어진 마을 안길을 걷는 동안 지질 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여독은 온천에서 풀자. 산방산탄산온천은 국내서 희귀한 탄산 온천으로 몸을 담그면 온몸에 기포가 생긴다. 산방산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노천탕도 좋다. 인근의 포레스트판타지아(옛 제주조각공원), 제주추사관, 제주신화월드도 둘러볼 만하다. <자료 및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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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기자
박정웅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