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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계획이 오롯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만 진행된다고 보긴 어렵다. 일각에선 오너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내놓지만 구조개편 이후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단언하긴 어렵다.
이보다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며 미래차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그룹의 체질 변화’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분구조 이슈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의 ‘리빌딩’ 계획을 살펴봤다.
◆ 지배구조 개편=미래성장 방안
완성차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기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빠른 산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신속하게 인수합병(M&A)을 실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하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협업에 나서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이는 기존 현대차그룹의 구조에서는 어려웠던 부분이다.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 → 현대차라는 순환출자고리를 바탕으로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 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지속적으로 한계에 부딪혀왔다.
특히 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을 총괄할 회사가 없다는 게 큰 문제였다. 투자와 M&A 절차는 복잡했고 해외 업체와 협력에도 제한이 따랐다. 핵심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두 완성차의 ‘부품계열사’라는 인식이 강해 다른 완성차 계열의 부품사와 협력이 쉽지 않았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곳은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개편으로 그룹의 지배회사이자 미래 자동차 핵심기술 확보라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법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주주 책임 경영으로 투자와 M&A 등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현대모비스가 완성차에 종속된 회사가 아니라 완성차를 지배하는 회사로 변모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완성차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해외기업에 대한 납품과 상호협력의 길이 확연히 넓어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분할 후 존속 현대모비스는 그룹 계열사 별 시너지를 고려한 투자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장기적 육성이 필요한 경우 투자 실행주체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사후서비스(AS)부품 사업부문을 이관받는 현대글로비스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 글로비스는 기존 모비스와 글로비스가 각각 운영하던 물류센터를 통합 운영하는 등 공급망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별도로 수행하던 고객대상 사업이 통합되면 새로운 고객경험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을거란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통합 글로비스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시너지”라며 “차량공유와 인증 중고차사업 등 신규서비스를 적극 추진해나갈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주‧노조‧오너, 삼각리스크
문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 리빌딩’ 계획을 달성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다. 개편안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이 경우 주주들의 반발로 개편안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다행히 분할합병 방안 발표 이후 최근 주가는 상승세다. 현대모비스는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 주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정한 주당 매수가격(23만2429원)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국 헷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주주친화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성원간 마찰이다. 양사의 임금격차도 문제지만 무노조인 현대글로비스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의 현대모비스 노조가 통째로 넘어가게 돼 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노조 측은 "모비스는 현대차와 2사 1노조를 결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합병안은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너와 계열사간 지분스왑이 지연돼 지배구조 개편 효과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기일은 7월1일, 신주상장일은 같은 달 30일로 각각 예정됐지만 분할합병만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진 않는다. 오너 일가의 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의 지분거래가 언제 이뤄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분할합병은 현대차그룹이 그린 전체적인 밑그림이며 핵심은 오너와 계열사간 지분스왑”이라며 “일단 변경상장 완료 후 2개월로 지분거래 일정을 정해놨지만 주가 흐름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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