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가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에 주력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저가 수주를 통한 외형적인 확대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집중해 양질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미 지난해 고부가가치사업 전략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LS전선, 대한전선 등 전선업계 대표기업들은 올해도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1위인 LS전선은 지난해 매출액 3조5484억원, 영업이익 1113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각각 16.4%, 33.2%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14.2%나 늘어난 548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대한전선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5.5%, 12.4% 증가한 1조5876억원,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호조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의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제품은 ‘초고압케이블’이다. 초고압케이블은 송전용 지중선로에 사용되는 전력케이블로 오일 절연체를 사용한 전력케이블보다 송전능력이 높고 전력손실률이 낮다. 또한 오일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 방지와 화재 시 방재능력이 뛰어난 제품이다.
◆전력망 구축 핵심 ‘초고압케이블’
현재 지중 케이블은 500kV급까지 상용화됐으며 전압이 높을수록 제품 개발과 시공 등에 기술력이 필요하다. 132kV급까지는 각국의 현지업체와 중국업체들이 이미 기술을 따라잡아 국내 업체들은 220kV급 이상의 케이블과 접속자재, 턴키 공사 등의 수주에 주력 중이다.
LS전선 미국 해상풍력발전단지 포설 현장 / 사진=LS전선 LS전선은 지난해 8월 카타르 수전력청과 219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계약을 체결했다. 카타르정부가 진행한 초고압 지중 케이블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이자 국내업체가 중동에서 수주한 지중 케이블 계약 중에서도 가장 큰 금액이다. LS전선은 이 프로젝트에서 132kV, 220kV와 400kV 등 케이블 전 부분에서 계약을 따내 총 케이블 수요의 70% 이상을 확보했다. 특히 프리미엄급인 400kV 케이블까지 수주해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LS전선 중국 자회사인 LS홍치전선도 쿠웨이트 수전력부와 5300만달러(약 580억원) 규모의 초고압 지중 케이블 계약을 체결했다. LS홍치전선이 중동에서 수주한 첫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로 내년까지 132kV급 케이블을 턴키로 공급한다.
대한전선은 현존하는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등급인 500kV 지중 초고압 케이블분야에서 독보적이다. 대한전선은 캘리포니아주의 대표 전력회사인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이 발주한 북미 최초의 500㎸사업을 2016년 12월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이를 인정받아 미국에서 진행되는 두번째 500kV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지난 1월 수주했다.
이 사업은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친 830㎞ 길이의 500㎸급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대한전선은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지중 케이블 가설 구간(53㎞) 전체를 맡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북미 전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500kV 초고압 케이블의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시장을 선점한 대한전선의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LS전선 자회사로 편입된 전선업계 3위 가온전선은 LS전선과 협력해 고부가가치 제품 초고압 케이블기술을 확보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함께 나선다는 전략이다.
◆해저케이블 등 미래먹거리 공략
해저케이블도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이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등과 같이 바다를 사이에 둔 두 지점의 전력과 통신을 위해 해저에 부설되는 케이블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돼 ‘케이블의 꽃’으로 불린다. 유럽업체들이 과점한 시장이지만 LS전선이 국내 최초로 뛰어들어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다.
LS전선은 2012년 카타르 석유공사와 국내 전력업계 사상 최대인 4억3500만달러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베네수엘라와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전통적으로 유럽 전선업체들의 텃밭인 유럽과 북남미지역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전력청의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국내업체 최초로 동남아시장에도 진출했다. 불과 진출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해저케이블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전선 미국 500kV 전력망 구축 현장 / 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은 2016년 말 당진공장에 배전급 해저케이블 양산설비를 구축, 지난해 6월 정부주도로 진행되는 서남해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실증단지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대한전선은 장기적으로 송전급 해저케이블 제조 역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전력케이블분야에서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HVDC(고압직류송전)와 고내열 PP(폴리프로필렌) 케이블에도 투자 중이다.
대한전선은 HVDC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그동안 ‘HVDC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HVDC 케이블 기술 확보에 힘을 실었다. 현재 500kV MI-PPLP 케이블, 250kV 전압형 XLPE 케이블 등을 개발 완료했으며 이보다 더 높은 전압의 HVDC 케이블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XLPE 케이블과 비교해 다양한 장점을 가진 고내열 PP 케이블 개발도 한창이다. PP 케이블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은 XLPE와 전기적으로 동등한 특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우수한 내열성, 송전용량, 생산속도를 갖춰 차세대 절연재로 주목받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HV급 PP 케이블을 개발해 전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