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근거리 해외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LCC마다 고객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다른 LCC들은 속속 IPO(기업공개)에 나서는 등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들 LCC는 모두 ‘고객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활주한다.
제주항공 B737-800. /사진제공=제주항공 ◆인천공항 이용객 증가의 주역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은 1700만명으로 전년 동기 1545만명 대비 10% 늘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천공항 이용객 증가를 이끈 게 LCC라는 점이다. 올 1분기 인천공항에서 LCC의 여객 점유율은 30%를 넘어섰다.
올 1분기 LCC는 지난해 406만명에서 129만명이 늘어난 535만명을 수용했고 여객점유율은 지난해 26.3%보다 5.2%포인트 상승한 31.5%를 기록했다. LCC의 여객점유율이 오른 요인은 해외여행 다변화와 저렴한 항공료 등이다. 특히 LCC는 1년에 한번 갈 해외여행을 2∼3번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여행패턴까지 바꿨다는 평가다.
LCC가 일본과 태국, 베트남 등 거리가 멀지 않은 아시아노선의 공급좌석을 늘린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또한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확장이 마무리되면 LCC 전용터미널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용터미널이 조성될 경우 항공료가 기존보다 저렴해지기 때문에 여객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CC 여객점유율 1위는 제주항공으로 올 1분기에 135만명이 이용했다. 이어 진에어 111만명, 이스타항공 65만명, 티웨이항공 63만명 순으로 여행객을 실어날랐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LCC 여객 점유율은 전년 대비 40% 올랐고 올 1분기에는 30% 성장을 기록하며 사실상 인천공항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 B777-200ER. /사진제공=진에어 ◆제주항공·진에어, 업계 1위 각축전
지난해 근거리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건 LCC에 큰 호재였다. 덕분에 LCC는 지난해 여객점유율을 높이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성장이 전망된다. 올해 LCC의 고공비행을 기대하는 이유는 각 항공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액 9964억원, 영업이익 1013억원, 당기순이익 77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2015년 11월 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장 전인 2015년 매출액은 6081억원으로 전년보다 885억원 증가했는데 상장 후인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395억원이 늘어난 7476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무려 2288억원이나 증가했다.
업계 2위인 진에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액 8884억원, 영업이익 969억원, 당기순이익 741억원을 기록하며 제주항공을 바짝 따라잡았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지난해 격차는 매출액 1080억원, 영업이익 44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으로 올해는 1, 2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제주항공이 상장 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처럼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진에어의 올해 실적도 부쩍 오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두 LCC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외여행객이 제주항공과 진에어로 몰릴 수 있어서다. 여기서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서로 다른 성장동력은 두 LCC가 벌이는 각축전의 관전포인트다.
먼저 제주항공은 단거리노선을 늘리고 지방거점공항 활성화에 힘을 준다. 근거리 위주인 LCC 사업모델에 충실하겠다는 것으로 원가경쟁력을 지키며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이를 위해 현재 운용 중인 소형기 B737-800을 2020년까지 50대로 늘릴 예정이다.
반대로 진에어는 단거리가 아닌 중장거리노선 강화에 무게를 싣는다. 진에어는 LCC 중 유일하게 대형기 B777-200ER을 보유한 항공사로 올 하반기 동일한 항공기 2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 하와이와 호주 케언즈 등 태평양 일대 휴양지로 여행객을 실어날랐다. 서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 온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올해 승부가 기대된다.
◆티웨이·이스타·에어부산 ‘상장 준비’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업계 1위를 두고 겨루는 사이 다른 LCC들은 IPO를 잇따라 열고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LCC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LCC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빠르게 확보해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IPO 추진계획을 밝힌 티웨이항공은 같은 해 10월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에어부산도 지난 4월6일 이사회를 열고 IPO 주관사 선정에 관한 안건을 처리했다. 앞서 두차례 무산된 바 있지만 올해 상장을 목표로 다시 준비 중이다. 최근 상장시기에 우려를 나타내던 부산지역 주주들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에어부산 측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30일 주주총회에서 내년 7월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LCC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각 LCC의 상장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5개 LCC가 증권시장에 진입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한 LCC는 자금 확보가 용이해져 고객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