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개혁 방안 /그래픽=뉴스1 방은영 디자이너
경찰청 정보국장 책상에는 매일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의 ‘일일 정보보고’가 쌓인다. 3000명에 달하는 정보경찰이 공공기관, 대기업, 시민단체 등에서 생산한 정보보고를 추린 내용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 대입제도 개편안 등 굵직한 방안을 발표하면 여론을 훑어 기획정보를 만들기도 한다.

이 중에서 중요한 정보는 청와대로 올라간다. 국정원과 다르게 경찰이 생산한 정보를 '밑바닥 민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경찰이 2일 내놓은 '정보경찰 개혁안'은 이런 활동에 대한 사실상 '셀프 개혁안'이다. 정부기관이나 기업, 공직자를 망라한 '민간사찰'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이 영포빌딩에서 경찰의 사찰문건을 발견하면서 개혁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졌다. 이 문건 대부분은 경찰 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정보국은 경찰 내 핵심 보직 중 하나로 꼽힌다. 고급정보를 쥐락펴락하면서 청와대 등 윗선과 여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승진·고과에 유리해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으로 업무 자체가 존립 위기에 놓이면서 인원과 조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찰 안팎에서는 정보경찰 인력을 연내 15% 정도 줄이고, 내년엔 30% 감축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등 각계가 요구한 정보국 폐지가 이번 방안에선 빠지면서, 경찰도 나름 실익은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안과 관련된 각종 정보보고를 취합하고 보고문건을 생산하는 조직체계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당초 정보개혁소위의 요청으로 정보국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청와대와 경찰 조직 내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최종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수집을 10여년 이상 이어온 정보관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모든 정보관을 '민간사찰'의 주범으로 몰아 숙청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뉴스1에 따르면 한 정보관은 "예를 들어 비리의혹이 있는 기관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관장 등 개인정보를 얻게 되고, 또 그런 것(개인정보)을 합치면 곧 기관의 정보"라며 "어느 선까지 민간사찰인지 따질 것인지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대한 현장 목소리, 밑바닥 민심은 경찰 정보보고를 통해서 파악 가능한데 앞으로 다른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이번 개혁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민간정보 수집이라는 칼은 내려놓는 대신 검찰로부터 수사종결권을 받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