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간 김정원씨(32)는 지갑을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직장 동료에게 음료수를 사달라고 부탁했더니 ‘핸드페이’ 전용단말기에 손을 올려서 결제를 완료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OO페이도 아닌 몸으로 결제라니." 평소 얼리어답터라고 자평했던 동료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당장 스마트폰을 켜서 손바닥 정맥정보를 신용카드에 등록시켰다.
/사진=롯데카드

SF영화에서만 봤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번거롭게 플라스틱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내 몸 하나면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는 세상이다. 홍채인식을 포함한 목소리·지문·정맥정보까지 생체인증이 미래금융의 결제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AMI에 따르면 전 세계 생체인증시장 규모는 2015년 26억달러(2조8000억원)에서 2020년 346억달러(37조1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는 올해 4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말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공인인증서의 법적 지위가 사라지고 생체인증의 사용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손바닥 정맥, 목소리로 결제 완료


생체인증시장이 주목받자 신용카드회사들은 안전과 편리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생체인증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생체정보를 등록하면 애플리케이션 로그인부터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7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핸드페이’(Hand Pay) 서비스를 오픈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핸드페이는 고객이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결제 시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기만 하면 카드 결제가 완료되는 서비스다.

정맥정보는 해독 불가능하게 암호화해 금융결제원의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와 롯데카드에 나눠 보관한다. 단말기에 손바닥을 직접 대지 않고 근적외선 센서가 정맥 속 헤모글로빈 성분을 식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위생걱정도 없다.


롯데카드센터에서 정맥정보를 사전 등록해야 결제가 가능하며 현재는 롯데카드 월드타워점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70여곳에서 정맥결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올해 롯데카드는 핸드페이 매장을 6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목소리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됐다. 지난해 비씨카드는 보이스인증 기술을 ‘페이북’(paybooc) 서비스로 상용화했다. 페이북엔 보이스 결제 서비스 등 바이오 결제(지문)는 물론 근접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등이 적용됐다.


비씨카드의 목소리 결제 서비스는 소비자가 온라인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페이북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하고 페이북에 비씨카드를 등록한다. 앱에서 보이스인증 등록 버튼을 눌러 자신의 음성으로 ‘내 목소리로 결제’를 7번 말하면 음성이 등록된다. 이후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말하면 결제가 끝난다. 홍채 지문 등 스마트 기기에 저장·인식 기능이 있어야 하는 다른 생체인증 방식과 달리 보이스인증은 기본 내장된 마이크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최근 파이도(FIDO) 기반 안면인증서비스를 페이북 앱 로그인 시 인증수단으로 도입했다”며 “안면인증은 활용 가능성이 높은 수단으로 결제서비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해야 산다… 손안의 디지털금융 혁신

카드업계의 생체인증은 초미의 관심사다. 고객들이 빠르고 안전한 결제를 선호하는 만큼 올해 카드사들은 생체인증 기술을 결제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올 초 디지털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부문’을 신설했다. DT부문 산하에는 디지털혁신팀과 AI랩 등을 배치했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글로벌 생체인증 표준인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의 지문인증 서비스를 카드사 최초로 결제 서비스에 적용해 신한 FAN(앱카드)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다. 기존 신한FAN은 6자리 비밀번호로만 가능했으나 현재는 지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지문인증 서비스는 신한 앱카드 결제 외에 홈페이지 가입과 로그인 등에도 적용 중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고객의 편의성과 가치있는 소비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결제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미래 지불 결제영역은 모바일 간편결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도 생체 인증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 미래사업본부 내에 있던 핀테크사업부를 미래사업추진부와 핀테크사업부로 나눴고 지문이나 음파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음파인증은 사람마다 다른 고유음파를 ‘소리코드’로 암호화해 본인 인증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앱에 저장된 비가청음파 인증과 결제 단말기(POS)간 고유 음파를 공유하고 결제 정보를 주고받아 결제가 완료된다. 추가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다.

또한 결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0.0001% 이하로 정확성도 높다. 현재 유통업체인 롯데가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에 비가청음파 결제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해 상용화에 나섰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체인증 결제방법을 도입한 실물 없는 카드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 맞춤형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업체와 제휴해 결제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