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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4년 만이다. 우리은행은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내년 초 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금융지주 원조격인 우리금융지주의 부활에 벌써부터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최대 6조~7조원의 출자여력이 생긴다. 현행 지주회사법은 은행법상의 출자한도 규제가 없고 지주사에 대한 평가등급에 따라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금액도 출자할 수 있게 허용한다.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후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2등급을 받으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 지난 3월 기준 20조3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지주사 전환 시 출자 가능액이 26조3900억원으로 커진다. 금융회사 M&A(합병·인수)시장에 다크호스로 우리은행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우리종금, 증권사 전환 앞서 전산교체
우리은행이 실탄 장전 후 눈독들일 계열사는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캐피털 등 비은행부문이다. 금리인상기에 은행의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의 차이)이 줄어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창출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도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이 총 순익 상승에 기여하고 있어 비은행 계열사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은행 계열사는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FIS 등 7곳이다. 수익을 내는 자회사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 2개사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은 자산운용회사나 캐피털사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을 먼저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이다. 우리은행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면 증권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다. 우리종금은 국내 현존하는 유일한 전업 종금사로 증권사 일부 업무가 가능하지만 금융투자 관련 업무를 하려면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종금은 증권사 전환을 목표로 지난달 전산교체 작업을 벌였다. 구체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추가 구축했다. 기존 증권형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고 플랫폼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우리종금은 기본적인 예·적금상품을 비롯해 증권사가 주력 판매하는 CMA(어음관리계좌)를 판매 중이다. 이번 전산 업그레이드로 증권사업을 확대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에 걸림돌이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종금사를 증권사로 전환한 사례가 전무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한 종합금융사로 우리종금과 유사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전신인 한일증권이 메리츠종합금융을 자회사로 편입 후 합병한 경우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2020년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우리종금은 외환·장외파생 인가 없이 외환·장외파생 업무를 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았다. 2007년 자본시장법이 바뀌면서 종금사가 금융투자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에 겸업 업무 신고를 해야 했는데 이를 누락해서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종금 검사는 마쳤고 징계수위를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종금이 중징계를 받더라도 증권사 전환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KB증권이 현대증권 시절 징계로 발행어음 인가를 못 받고 있으나 합병은 정상적으로 승인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되면 비은행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면서도 “당국의 징계여부가 결정나지 않은 점 등 변수가 많아 증권사전환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몸집커진 과점주주, 이사회 통과할까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27.2%)이자 비은행 금융사로 구성된 과점주주가 M&A작업에 얼마나 협조할지도 관건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1.5%) 등 7개 과점주주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지분을 각각 4%(IMM PE는 6%) 매입했다. 여러 주주가 금융회사 지분을 나눠 가진 지배구조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최근 ING생명 등 보험회사 인수를 두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이 경쟁에 뛰어들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M&A는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동양생명과 한화생명 등 과점주주와 사업영역이 겹쳐 보험사 인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노리고 지분을 매입한 만큼 주주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험사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보험업계는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둬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은행의 수익성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노리는 만큼 이사회에서 보험사 인수에 소극적일 수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단계에 계열사 인수를 논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주간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계열사 인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단 보험사 인수는 민영화에 성공했을 때도 ‘마지막 퍼즐’로 불려 가장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본다”고 말을 아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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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