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은 약 10만마리.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자연사 혹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다. 반려견 인구 1000만명 시대임에도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낮은 현실 속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동물일뿐‘이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에 <머니S>는 유기견의 실태를 알아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인간의 욕심으로 다른 생명이 고통받는 것은 옳은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동물권단체 케어 개농장 구조 /사진=케어 제공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싼값 혹은 헐값에 너무 쉽게 반려동물을 구할 수 있어요. 동물공장, 동물가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쉽게 번식시키는 무분별한 공급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동물구조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박소연 케어 대표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무분별한 번식은 물론 키우는 사람도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동물을 키운다면 유기·방치·학대 등 동물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케어 박소연 대표./사진=케어 제공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당연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의 정보 취득도 없이 동물을 키우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을 제재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 등록제와 교육이수제도는 당연히 시행돼야 하는 것이고 그와 별개로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법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관련법, 유명무실… 동물 입장에서 봐야"
비좁고 더러운 번식장에 갇혀 강제 교배와 임신, 강제 수술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일명 ‘강아지공장’. 지난 3월부터 허가제로 개정되며 규제가 강화되고 벌금도 늘었지만 박 대표는 오히려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학대 및 유기행위 처벌기준을 상향하고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및 소유자 관리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시행했다. 현행법에 비해 벌금과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박 대표는 사실상 최고 수위의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동물학대 및 유기에 대한 처벌 강화와 동물생산업 즉, 강아지공장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조항이다. 신고제가 적용될 때는 관련 서류를 관청에 제출하고 필요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했지만 허가제로 바뀌면서 번식장의 인력 및 시설요건이 강화됐고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강아지 공장 환경, 어미견들의 배설물이 쌓여있다./사진=케어 제공 이에 박 대표는 “강아지공장이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법적으로 강아지를 번식시키는 사람이 활개치고 있다. 오히려 기준이 엄격하지 않고 규제할 수 있는 기준도 완화돼 합법적인 번식장을 만드는 정책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아지공장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보다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이미 허가를 냈기 때문에 다시 이를 금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펫샵이나 강아지공장이 없어질 수 있는 정책과 법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번식장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시설을 갖추고 교육이수 절차를 거치면 쉽게 번식장을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며 “실직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동물의 운동시간 보장’처럼 동물 입장에서 나아지는 정책이 필요한데 형식적인 규제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열악한 보호소, 일부는 부작용 낳기도
케어에서 운영하는 유기견보호센터을 포함한 대다수의 유기견보호소는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비용를 충당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보호소는 말할 것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수십마리 혹은 수백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설보호소는 굉장히 열악하다. (아닌 분들도 많겠지만) 문제는 열정만 가지고 보호소를 시작하는 개인 중 일부는 ‘애니멀호더’(동물 수를 늘리는 데 집착)로 전락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애니멀호더' 사건 구조 현장./사진=케어 제공 실제로 최근 서울 마포구에 사는 견주가 33마리의 동물을 기르다가 감당이 어려워 유기하고 부산에서는 옥탑방에 방치된 고양이 42마리가 구조되는 일명 ‘애니멀 호더’사건이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 대표는 보호소에 대한 관리가 미숙하면 오히려 반려동물 입양문화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경우 애완동물을 입양할 때 값비싼 펫샵보다 잘 관리된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은 깨끗해 보이지 않거나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양을 망설인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바뀌기를…"
“너무 많아서 사례를 꼽을 수가 없다.”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던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차있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이기에 여전히 허점이 많은 동물관련법안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사람들을 없애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를 막아야 할 지자체 보호시설에서조차도 동물보호를 위해 힘쓰는 것보다 처리업소로 전락하고 있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잘못한 사람은 법에 따라 제대로 처벌하고 동물 입장에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오고 집행된다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려동물 구입 경로 조사./자료=농림축산검역본부. 박 대표의 바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유기견 입양은 생소하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전국 5000명 성인 남녀 중 ‘지자체·보호단체에서 입양했다'는 비율은 ‘인터넷구입‘(6.1%)보다 적은 4.8%에 불과했다. 많은 응답자가 ‘지인무료분양’(44%)과 ‘펩샵 구입’(21.3%)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펫샵이 아닌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선진국처럼 펫샵을 법으로 없애거나 보호소를 발전시켜 펫샵이 자연 도태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