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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장시간’ 일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건설업계가 7월1일 분기점을 맞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앞으로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2004년 시행한 주5일 근무제 이후 14년 만의 대변화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기대가 높은 반면 건설업계 특성상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비효율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또한 추가인건비가 대형건설사 아닌 영세 협력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 근로시간 못지키는 건설업계

# 경기도 송산신도시 D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목수 김모씨는 지난 2주일 내내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7월1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전 건설현장이 비상사태에 돌입해서다. 주말과 지방선거일은 물론 비가 내리는 날도 공사장에 나가 일했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정작 김씨조차 일자리가 아쉬운 형편이다.


# 지난해 D건설사가 시공하는 한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중국인근로자가 한달 반 넘게 휴일없이 일한 사실이 밝혀졌다. 감독당국인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들어가 시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사실은 이 중국인근로자가 본국의 가족에게 더 많은 생활비를 보내려고 휴일없이 일하기를 자청했다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전 근로기준법도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왔다. 하지만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는 산업이 많았고 사업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는 경우 초과근무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법령해석에 있어 ‘주간’을 일주일이 아닌 5일로 계산해 실제 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으로 인정됐다.


문제는 근로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이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지켜지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건설현장이다. 발주기관, 시행사, 시공사 등 공공기관이나 대형건설사 외에 수많은 하청업체가 참여하고 이 중에는 중견건설사도 있지만 영세 건설업체와 개인사업자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사항인 공기를 어기지 않으려면 이들 하청업체가 초과근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가인건비 때문에 공사비 전체가 늘어나면 시공사의 손실이 커져 관행적으로 묵인되는 점도 문제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현장에 만연한 초과근무는 사망 등 안전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초과수당이나 주휴수당을 일당에 포함시키는 관습 등에 따라 관리감독이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임금인데 저임금노동자일수록 수입이 줄어드는 데 따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고 덧붙였다.

또 건설공사는 터널 발파작업, 도로 교통통제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변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나 비·눈 등의 날씨로 작업이 자주 중단될 때는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시공품질 저하나 안전사고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주52시간 초과근무자는 지난해 기준 20만1000명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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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짜리 공사 추가인건비 540억?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37개 건설현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시 공사비 증가규모는 1개 현장당 최대 14.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해외현장이다. 최근 몇년 새 중국 건설사가 급성장하며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수주를 상당부분 빼앗긴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 해외현장의 경우 1.3배의 추가인원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드는 비용은 약 2배가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0.3명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2배를 늘린다고 가정하면 과장급 100명 기준 3년 동안 총 540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이 대형건설사의 9개 건설현장을 조사한 결과 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61시간 이상, 해외는 67시간을 넘었다.

건설업계는 지난 4월 정부와 국회에 해외현장의 법 적용 유예를 건의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만 당정청은 지난 6월20일 건설업 등의 특수성을 감안해 초과근무 적발 시 처벌 유예기간을 6개월 두기로 했다.

◆일부 조기시행, 긍정적 소리도

대한건설협회는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건의해 일부 건설사가 시행토록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SK건설 등은 주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한 시범사업을 시행하거나 검토 중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맞추되 준공을 앞둔 단기간 동안은 추가인력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다.

GS건설은 주48시간 근무제를 운영하면서 초과근무 시에도 주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우려하면서도 산업계가 언젠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 시행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공감하고 상식적인 것으로 자리 잡았다”며 “당장은 비용부담이 늘더라도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