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이뤄진 금융권 산별교섭이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근로자의 정년과 임금피크제 적용 연장을 두고 r금융노사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4차례 교섭을 가졌다. 산별교섭에서 논의된 안건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포함해 ▲최대 65세까지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제도 개선 ▲점심시간 보장 ▲노조추천 사외이사 근거 마련 등 52건이다.

금융노조는 “사측이 근로조건 개선에 무리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 중재마저 결렬되면 금융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정년과 임금피크제 연장 논란.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정년연장, 청년고용 걸림돌되나

금융노사가 논쟁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안건은 근로자의 정년연장이다. 노조는 현행 60세인 은행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청년고용에 걸림돌이 된다며 맞선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정년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0명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세로 의무화됐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자 일찍 퇴직해 65세까지 소득이 없는 ‘은퇴 크레바스’ 문제가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은 2013년부터 2033년까지 만 60세에서 5년마다 1년씩 늦춰져 만 65세까지 올라간다. 현재 수급연령은 만 62세이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최소 5년 동안 소득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연금수급으로 생활이 가능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63세, 65세까지 정년을 늘려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며 “소득이 없는 노후는 우리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어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경영진들은 난색을 표한다. 비대면 금융시대에 금융회사가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있어 고령자의 정년연장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고용 확대도 정년연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고령자의 일자리를 고집하면 금융회사 인력구조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도 정년연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외에선 근로자의 정년을 어떻게 정할까. 선진국은 노동시장에 활력을 유지하는 한편 기업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조정했고 일본은 1973년 고용대책법을 통해 55세를 정년으로 제정한 후 2013년부터 65세 정년제도를 시행중이다.

미국은 1978년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가 1986년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2011년 정년을 폐지한 상태다. 하지만 고령층의 정년연장이 청년들의 고용을 대체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정년연장이 젊은층의 일자리 감소가 되지 않도록 기업과 지역사회가 고령자의 기술수준, 숙련도를 고려해 신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대체 여부를 논의하기보다 상생고용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이 정년을 늘리기 어렵다면 지역사회가 나서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피의 그늘, 보완책 찾아야

근로자가 정년에 들어가는 수순인 임금피크제는 어떨까. 은행권은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정년은 60세지만 임금피크에 들어선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빨리 신청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년이 더 빠르다.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55세에서 60세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퇴직과 연금수급 연령의 격차가 커지는 만큼 임금피크제 시점을 늘려 근로자의 노후준비를 돕자는 취지다.

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일자리를 나눈다’는 뜻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후 IMF시절 일자리를 잃는 직장인들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월급의 수십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주는 지금의 임금피크제가 자리 잡았다.

은행마다 임금피크제 지급률이 조금씩 다르지만 총 지급률은 250% 이하다. 국민은행은 55세부터 5년간 매년 임금의 50%, 5년간 총 250%를 받는다. 반면 우리은행 직원은 임금피크에 진입하는 첫 해 급여의 70%를 받지만 2년차 60%, 3년차 40%, 4년차 40%, 5년차 30%로 줄어 총 지급률은 240%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급률은 20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단순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직무분석과 직무재설계 등을 통한 보완적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