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디지털퍼스트’ 전략이 통했다. 레드오션인 신용카드시장에서 신한카드가 잇따라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력상품인 ‘딥 드림’(Deep Dream)이 출시 10개월 만에 발급 200만장을 돌파했고 모바일 플랫폼 ‘신한 판(FAN)’ 가입고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업계 1위 카드사의 수장으로 취임하며 ‘디지털퍼스트’를 주문한 임 사장은 이제 ‘초연결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페이팔, 우버, 애어비앤비 등 세계 유수의 회사들이 신한카드와 손잡았다. 신한판은 금융플랫폼을 넘어 ‘메가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카드 제공 ◆레드오션 돌파한 디지털퍼스트
카드업계에서 디지털퍼스트는 미래 경영전략을 관통하는 메시지이지만 식상한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개인당 2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소지한 레드오션시장에서 본업인 카드발급 및 지불결제서비스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겼다. 빅데이터 역량,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강화 등을 앞세우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미래투자 차원이어서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한카드가 최근 거둔 2가지 성과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지털퍼스트 경영전략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딥드림 돌풍이다. 지난해 9월 신한카드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상품으로 임 사장이 직접 기획해 ‘임영진 카드’로도 불린다. 올해 카드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이른바 ‘CEO 카드’의 원조 격이다. 딥드림은 출시 10개월 만에 발급 200만장을 돌파했다.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인 터라 그야말로 ‘돌풍’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딥드림 돌풍은 임 사장의 디지털 경영의 결과물이다. 상품 설계부터가 그렇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카드사용이 많은 가맹점에서 혜택을 극대화했다. 전월 특정 업종에서 사용이 많았다면 이달 그 업종에서 포인트를 보다 많이 적립해주는 식이다. 고객은 본인이 카드를 어디서 많이 이용하는지 등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카드가 알아서 혜택을 제공한다.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결제 편의성을 한단계 높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딥드림은 디지털 기반의 초개인화 상품이다. 디지털퍼스트 경영전략이 구현된 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9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10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론 중 초개인화 기반의 상품·서비스 제공을 제시한 바 있다. 앞선 3월 취임사에서는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연결 경영’으로 디지털기업 도약
모바일 금융플랫폼 신한판의 가입고객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임 사장이 최근 거둔 두번째 성과다. 국내 단일 금융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이용회원이 1000만명을 넘어선 건 신한판이 첫 사례다.
신한판의 전신은 2013년 4월 온·오프라인 간편결제서비스 ‘판(FAN)페이’다.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이던 임 사장은 판페이를 기반으로 신한금융 통합 포인트서비스인 신한판클럽을 선보였다. 이후 서비스 차별화와 영업전략으로 판클럽 성장을 이끌었다.
신한판은 2016년 6월 단순 앱카드에서 모바일금융플랫폼으로 개편됐고 임 사장은 판클럽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신한판에 개인화 추천서비스를 반영, ‘신한판2.0’으로 한차례 더 고도화했다. 지불결제 앱이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여가·금융생활을 지원하는 통합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고객의 일상에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신한판2.0으로 개편하며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의 고객별 맞춤혜택을 담아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이용실적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3년 3000억원이던 연간 이용금액은 지난해 7조2000억원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8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 /사진=신한카드 제공 임 사장은 신한판의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 국내외 유수 기업과의 활발한 협업으로 서비스를 극대화해 ‘메가 플랫폼’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초연결 경영’ 전략이다. 임 사장은 올 1월 신년사에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다른 비즈니스모델과 기술이 융합되는 초연결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등 기업도 예외 없이 생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현 카드시장을 진단한 바 있다.
초연결 경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페이팔, 우버, 애어비앤비,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유력 회사들과 제휴를 맺었다.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페이팔 간편등록 서비스를 신한판에 탑재했다. 호텔스닷컴 전용 페이지도 구축했다. 간편 결제서비스는 물론 고객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국내에 치중된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해외로까지 확장한 데 의미가 있다.
임 사장은 이달 중순 하반기 사업전략회의를 주재한다. 디지털퍼스트, 초연결 경영 방침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 제공 기반을 넓히고 나아가 신수익원 발굴모델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지난해 말 ‘제2의 창업 선포식’을 가지며 ‘비욘드 엑스’(Beyond X)를 제시했다. ‘혁명’ 수준의 진화를 거듭하겠다는 의미다. 신한카드가 지난 10년간 이뤄낸 성과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다. 그 중심에 ‘디지털 퍼스트 기업 가속화’가 있다. 10년 내 국내 10대 디지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 하에 항해가 순조롭다.
☞프로필 ▲1960년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8년 비서실장 ▲2003년 오사카 지점장 ▲2008년 영업부장 ▲2009년 경기동부 영업본부장 ▲2011년 신한은행 전무 ▲2013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WM그룹)·신한은행 부행장 ▲2015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신한은행 부행장·신한금융투자 부사장 ▲2016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현) 신한카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