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9월 가을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졌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리 위원장은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 말 안했어. 날짜 다 돼 있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북측의 일정을 감안할 때 9월에 평양에서 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상황을 좀 더 보면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최근 선전매체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와 경제협력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북한 조평통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에도 '외세에 대한 맹종맹동은 판문점선언 이행의 장애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여가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이러한 지향과 요구에 비해볼 때 지금 판문점선언 이행에서 응당한 결실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북남 사이 여러 사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내막을 보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리 위원장이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 발언에도 이 같은 입장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다"며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고위급회담이었음에도 약 119분 만에 종결되고 보도문 역시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과 9월 평양 정상회담 개최 정도만 간략하게 담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회담일정을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정 공개를 최대한 미루면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력지대나 경협사업 확대 등을 의제로 넣는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회담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의제에 대해 "정상회담 관련해서 실무회담도 해야 하고 의제 문제도 있다"며 "그런 것과 관련해서 양측 간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