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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황모씨(27)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 청년우대형청약통장에 가입하려 은행을 방문했지만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황씨는 ‘무주택 세대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취업 전에는 바로 자취하려고 했지만 막상 집을 알아보니 월세 감당이 안돼 포기했다. 전세보증금이라도 모아야 독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소득 청년을 위한 정책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가입이 안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청년우대형청약통장(청년통장)‘을 내놓았다. 기존의 청약통장에 비해 높은 금리와 이자소득 비과세,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우며 청년들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다.
청년통장은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청년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선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등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은행권은 가입 이벤트까지 실시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대상자에 뽑히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편법 가입’에 취약한 부분도 드러나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행원 A씨는 “문의는 많은데 가입자가 거의 없다. 많이 물어보는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청년 22%만 독립… "청년 우대정책 맞나"
무주택세대주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세대주를 뜻한다. 즉 월세나 전세에 거주하는 청년이 대상이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청년은 ‘무주택세대원’으로 분류돼 청년통장에 가입할 수 없다.
황씨와 같이 사회초년생들은 월세 부담, 전세보증금 부족으로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독립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의 청년이라면 더더욱 세대원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부모에게 보증금을 지원받아 직장인 자녀가 자취할 경우 ‘무주택세대주‘ 조건에 충족한다.
이처럼 가족구성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면적인 조건에 미달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라는 한 청원인이 “60세 가까이 된 부모님도 아직 무주택자다. 무주택세대주만 가능하다고 해 가입을 거절당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월세나 전세를 얻어 부모님과 따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라며 “3000만원 이하 소득의 청년 중에서 부모님과 따로 사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요?”라고 정책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부모님이 전셋집을 얻어줘 혼자 독립해서 사는 청년의 경우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에 가입할 수 있다”며 “정말 청년을 우대하는 정책이 맞는 건가”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자산관리공사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한 ‘청년·대학생 금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22.9%만이 부모와 독립적으로 주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앞으로 소득요건 상향이나 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가입연령을 기존 '만 19세 이상~만 29세 이하'에서 '만 15세 이상~만 34세 이하'로 확대했다. 다만 여전히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대상요건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청년통장에 대해 “아직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취지는 좋지만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편법 가입' 어쩌나…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가입대상자를 근로소득자로 한정했으나 사업·기타소득이 있는 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요건을 완화해 근로소득자는 물론 프리랜서 및 학습지 교사 등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시점에 ▲주민등록등본 ▲무주택확인서 ▲소득확인증명서 ▲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해 은행에서 심사를 받는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요건만 맞추면 가입이 가능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가입만 하면 만기까지 요건에 상관없이 혜택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며 ‘편법 가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은행에서 만난 직장인 B씨(27)는 "무주택세대주를 제외한 나머지 조건은 충족한 상태"라며 "가입할 때만 세대주를 변경하고 가입 후 다시 세대원으로 돌아갈까 생각해봤다. 규정을 정확히 몰라 은행에 물어보러 왔다”고 말했다.
가입 심사를 담당하는 은행에도 정확한 규정이 고지되지 않은 듯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을 위해 단기간에 조건을 맞추면 이후에는 상관없나‘는 질문에 “한번 가입하면 유지되는 것은 맞다. 다만 해지나 변환신고 할 때 조건이 충족하지 않으면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행원C씨도 "세대주 변경에 대해 정확한 건 아직 고지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세대주 변경 시 비과세혜택이 제한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확정된 건 없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당초 정부는 청년통장을 도입하며 ‘저소득·무주택 청년의 주택 구입 및 임차자금 마련 지원을 위해 재형 기능을 강화한 우대형 청약통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실제로 저소득·무주택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우대형통장은 기존 청약통장에 비해 혜택이 매우 좋다. 그러나 이 혜택을 보려면 2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또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해당 인원이 매우 적다”며 “가입 기준에 대해 일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가입심사만 받고 있어 국토부의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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