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문재인케어’ 정책이 발표된 지 1년. 의료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의료공급체계가 흔들리며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강화됐고 비급여 의료행위가 많은 진료과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8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급병원으로 향하는 환자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집계한 ‘2018년 1분기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는 17조7386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8162억원) 대비 12.15% 증가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2조2801억원으로 41.43%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1분기 43곳에서 올해 42곳으로 1곳(이대목동병원 종합병원으로 강등)이 줄었는데도 요양급여비는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은 2조6429억원에서 3조1038억원으로 14.03% 증가했다. 이는 상급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병원급(요양병원 포함)은 2조8182억원에서 3조774억원으로 9.20% 증가했고 의원급은 3조3486억원에서 3조6406억원으로 8.72%로 증가해 평균 증가율을 밑돌았다.


환자가 줄어들다 보니 동네의원이 보유한 병상도 줄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지난 8월19일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2016~2018년) 의원급 허가병상 수 변화’에 따르면 2016년 3월 7만7892병상에서 2018년 3월 6만5254병상으로 16.2% 감소했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사이 3288병상이 줄어들었지만 문재인케어가 발표된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9350병상이 줄어 의원급의 병상 수 감소가 가속화됐다.


심평원의 올 1분기 의원 표시과목별 요양급여비용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정형외과는 3.1%, 안과는 6.9%, 산부인과는 7.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소아청소년과는 1.1% 감소했다. 반면 피부과·비뇨의학과는 12% 이상 증가했다. 

진료과별 병상 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문재인케어 수혜과와 비수혜과가 명백히 갈린다. 2016년과 2018년 ▲외과는 13.3%(7168→6218병상) ▲정형외과는 16.2%(2만8195→2만3622병상) ▲산부인과는 22.3%(6772→5258병상) ▲신경과는 23.9%(222→178병상) 병상이 줄었다.


반면 문재인케어와 무관한 성형외과는 44.1%(490→706병상), 비뇨의학과는 10.6%(396→438병상) 늘었다. 비급여가 대부분인 미용성형과 비뇨기질환을 담당하는 과 중심으로 병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해당 과 병원이 더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문재인케어가 대형병원 중심의 급여화 및 보상체계로 이뤄지고 있고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합의도출에 실패한 후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외래 중심의 의원급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차 병원에서도 외래진료를 볼 수 있고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환자의 작은 병원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급 병원이 몰락하면 장기적으로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 감기와 같은 간단한 진료를 멀리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3차 병원간 역할구분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선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송한승 대한의원협회 회장은 “의원을 살리기 위해선 원래 목적대로 의원은 외래진료를 보고 상급병원은 외래를 보지 않아야 하지만 이 문제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1차 의료기관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건보재정을 위로 몰아주며 병원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문재인케어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8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케어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생존기로 선 1·2차 병원

중소병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8월15일 대한의사협회와 중소병원 병원장들이 모인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중소병원장 간담회’에선 ▲문재인케어 원점 재검토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개선 ▲중소병원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 등을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문재인케어로 2~3인실 병상이 급여화되면서 문턱이 더 낮아진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간호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보장성 강화가 완전히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현상이나 추세, 환자의 반응을 보면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보건의료체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은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을 부추겨 보험재정을 낭비할 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후손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9월 말까지 정부와 문재인케어 변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대화를 접고 행동으로 저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협 의협 회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진정성을 지니고 대화에 임하겠지만 대화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불가피하게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5호(2018년 8월29일~9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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