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문제와 수은 자본건전성 개선 문제의 해답을 찾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은 행장은 취임 1주년을 조용히 보냈다. 같은 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혁신성장기업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은 행장의 취임식부터 고단한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현재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앞으로의 행보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은 행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을 거친 ‘대외경제통’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수출입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할 적임자로 주목 받고 있다. 

◆법정관리 성동조선 '파산 위기' 부담


법원에 따르면 오는 10월 중견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은 재매각 작업에 돌입한다. 수은이 성동조선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7개월 만이다. 성동조선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인수의향서를 받고 10월에 최종인수자가 확정되면 12월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을 계획이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사진=수출입은행
수은은 지난 8년간 성동조선에 3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저가수주에 따른 일감부족과 중형조선사 간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을 겪어 결국 법정관리가 신청됐다. 올 연말까지 성동조선은 회사를 매각하지 못하면 파산절차에 들어간다. 한때 수주잔량 10위권에 올랐던 중소조선사의 몰락으로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 조선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다.

분위기도 심상찮다.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회생절차 신청 당시 7000억원대에서 3700억원으로 줄었지만 조선업 불황에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회생기업 인수에서 본입찰에 참여하려면 최소매각가의 50%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데 현재 2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는 전무하다.

수은 관계자는 “최근 해운시황이 개선됐고 국내외 조선업의 과잉공급도 점차 완화돼 성동조선의 매각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성동조선이 정상화되는 것을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올리고 남북경협 이끌까

성동조선 여파로 수은의 자본건전성은 더욱 악화됐다. 성동조선의 신용공여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대손상각채권) 2조원 가량이 추정손실로 분류돼서다.
지난 1분기말 수은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13.26%로 은행권에서 순위가 낮다. 19개 국내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15.34%인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나 낮다.

은 행장 취임 후 수은은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수은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168억원으로 1조4692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전년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개별기준 순이익이 178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연결기준에 포함된 자회사와 출자사의 실적이 악영향을 끼친 결과다.


은 행장은 2030년까지 여신잔액 200조원, 연간 1조원가량 자체이익을 달성해 대외거래 전담 정책금융기관으로 수은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의 임기가 2년 남았지만 퇴임 이후 10년 이상 수은이 성장할 수익기반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수은은 1개 본부를 축소하고 3개 출장소와 1개 지점을 폐쇄한다. 또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으로 ‘신용평가 3심제’를 도입해 부실여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한다. 아울러 특정 기업·계열의 과도한 여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 안에 신용공여한도를 60~80%에서 40~50%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은 행장은 “정부와 국민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립하는 국책은행을 만들겠다”며 “매년 1조~3조원을 충당금으로 쌓느라 이익이 작았지만 앞으로는 리스크관리를 통해 충당금 부담을 줄여 내부 이익금을 쌓고 자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행장이 남북경제협력에서 실력을 발휘할지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수은은 대북사업에서 중추역할을 해왔다.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 중이다. 남북 간 교류가 잠시 끊겼던 시기에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남북협력본부’의 기능을 유지했다. 

최근에는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확대했다. 남북경협과 북한·동북아 개발 국제협력 등의 청사진을 내놓고 북한·동북아 전문가를 충원하면서 정책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외경제통인 은 행장이 구조조정 실패와 실적부진으로 떨어진 자존심을 남북경협에서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프로필>
▲1961년 출생 ▲전북 군산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행시 27회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수출입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