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진 우리나라에서 유·아동 관련 키즈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유아용품시장 규모는 2조4000억원으로 6년 만에 두배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아용품시장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는 매년 줄어드는데 관련 시장은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유아 관련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아이 줄지만 지원자 늘어

#. 외벌이로 2·4살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남들 만큼은 아이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모두 사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4인 가족 생활비·보험료 등에 가족·친척·지인 경조사를 챙기다 보면 적자가 나기 일쑤다. 다행히 아직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님,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인 동생이 아이를 예뻐해 아이용품 구입에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요즘은 큰 아이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부모 눈치를 보다 “삼촌한테 사달라고 해야지”란 말을 종종 하는데 안쓰럽기만 하다. 부모와 동생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저성장 기조 아래서도 키즈시장이 뜨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현상과 밀접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출산이 늦어지며 이른바 ‘조카 바보’가 생기면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기존 부모·조부모에서 삼촌·고모·이모, 심지오 사촌까지 늘어난 것. 아직 미혼인 이들은 양육비 부담이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소비여력이 충분해 조카를 위해 고가의 제품도 기꺼이 구매한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조사됐다. 가구별 아이를 한명만 낳다 보니 과거 여러명을 낳을 때보다 집중적으로 자녀를 챙겨주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이 이른바 ‘골드키즈(Gold Kids·외동아이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어린이 세대)’ 세태를 만들어낸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아이 한명을 위한 소비가 급증해 키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 신생아 한명당 쓰는 금액은 2009년 270만원에서 2015년 548만원으로 두배가량 증가했다.

이선희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키즈산업 성장 배경은 저출산으로 인한 골드키즈 증가,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한 키즈케어 필요성 증대, 구매자와 이용자의 불일치로 인한 에잇포켓(부모·조부모·외조부모·이모·삼촌)의 구매력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키즈시장 선점을 위해 온라인몰에 키즈 전문관을 열었다. 신세계 전용 온라인몰인 신세계몰에 블루독·블랙야크키즈·싸이벡스 등 유명 아동패션브랜드와 유아용품브랜드 총 300여개 브랜드를 한데 모은 ‘신세계 키즈 전문관’을 론칭한 것.

기존에도 유아용품과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전문관을 통해 보다 편리하게 쇼핑하도록 구성했다. ▲0~24개월 ▲2~4세 ▲5~7세 ▲8~13세까지 유아 연령대별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연령대에 맞는 상품을 쉽게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신세계는 올 연말까지 200여개 브랜드를 추가게 입점해 출산 준비부터 육아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아우르는 온라인 키즈 전문관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점점 커지는 키즈시장을 선점하고 온라인쇼핑을 즐기는 고객에게 보다 편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신세계 키즈 전문관을 열게 됐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쇼핑분야를 개선하고 다양한 상품, 더 편리한 서비스로 온라인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영유아용 카시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키즈시장 선점 경쟁 돌입

CJ그룹의 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도 깐깐한 부모들의 눈높이에 맞는 ‘엄마 마케팅’으로 키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영·유아 식자재시장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가족 구조의 변화로 지난해 1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어린이집 평가인증제’의 확산과 더불어 자녀의 먹거리 영양과 위생관리에 대한 부모의 눈높이도 높아져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키즈 경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사측은 상반기 키즈 경로의 매출 성장 요인으로 키즈 전문브랜드 '아이누리'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 개발, 자녀의 식습관 개선 및 위생 교육 등 부모들의 눈높이에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점을 꼽았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라면 누구나 보육시설에서 제공하는 먹거리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데 ‘아이누리 쿠킹클래스’와 같은 체험형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활동 등을 통해 안심할 수 있는 어린이집 먹거리문화를 조성한 부분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560여차례에 걸쳐 진행된 아이누리 쿠킹클래스는 참여한 부모와 자녀들의 수가 1만80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쿠킹클래스 외에도 ‘올바른 손씻기 습관’, ‘골고루 음식 먹기’ 등 위생관리과 영양교육을 함께 편성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모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실버시장 확대와 골드키즈를 겨냥한 키즈시장 공략”이라며 “키즈상품은 구매자와 이용자가 분리돼 있는 만큼 편의성·안전성·자기통제 등 부모가 원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춘 제품 출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0호(2018년 10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