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하버의 로맨틱한 일몰. /사진=홍콩관광청

[홍콩 가을여행] ④ 연령·성별 아우르는 홍콩여행 명소

와인향 품은 포구와 치명적인 일몰
젊은 청춘들의 뒷골목 이야기
멋진 아재 ‘댄디남’의 소울여행
감각파 ‘줌마렐라’의 시간여행


홍콩의 가을은 아름답다. 10~11월은 홍콩여행의 최적기다. 여름을 지배한 남국의 열기와 습기는 자취를 감춘다. 선선한 바람에 여행객 발걸음이 가볍다. 빅토리아 하버, 은빛 마천루는 푸른 가을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얹었다. 


홍콩의 가을밤은 매혹적이다. 오래 전 홍콩의 밤을 ‘백만불짜리 야경’이라고 했다. 최근 이 찬사에 버금갈 소식이 입소문을 탔다. 백만불짜리 야경에 뺨치는 빅토리아 하버의 일몰이 그것이다. 특히 시월의 해넘이는 인상적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실은 와인향에 하버의 일몰은 고혹적이다.

홍콩 와인·음식 축제를 찾은 여행객들. /사진=홍콩관광청

홍콩 와인·음식 축제(Hong Kong Wine & Dine Festival)가 10월25~28일 빅토리아 하버 일원서 열린다. 10주년을 맞이한 이 축제는 포브스 선정 ‘세계 10대 미식 축제’의 하나다. 올해는 전 세계 400여개 이상의 와인 부스, 음식 부스, 콘셉트 스토어, 스페셜 커피 시음관, 엔터테인먼트 존이 빅토리아 하버를 에워싼다. 향긋한 와인향에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더해진 별천지가 펼쳐진다.

와인 리스트 앞에서 고민할 이유는 없다. 고가의 와인 앞에서 입맛을 다실 까닭도 없다. 축제장을 메운 와인이 면세여서다. 알코올 도수 30도 미만의 술에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값비싼 와인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애주가들의 천국, 홍콩. 그곳의 축제는 애주가 모두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아시아 와인 유통의 중심지임을 증명하는 이 축제를 필두로 홍콩은 11월 미식의 향연이 이어진다. 미식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그레이트 노벰버 축제가 그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성찬을 뒤로 도시를 발견하려는 여행자들의 걸음이 골목 곳곳에 분주하다.

정다운 이야기가 넘치는 홍콩 골목 풍경. /사진=홍콩관광청

한국에서 비행시간 3시간 거리의 홍콩. 이번 가을 홍콩은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최적의 여행시즌에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인생여행 인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욜로’를 위한 청춘여행, 멋진 아재 ‘댄디남’의 소울여행, 감각파 ‘줌마렐라’의 시간여행 등 홍콩 가을여행이 보다 풍성하다.

◆걸어야 만난다… 청춘들의 뒷골목 얘기


삼수이포 야경과 노천식당. /사진=홍콩관광청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을, 선선한 바람을 타고 떠나고 싶다면 홍콩을 주목하자. 눈부신 야경과 쾌청한 날씨, 와인과 미식 페스티벌. 홍콩의 가을은 한없이 즐겨도 마르지 않는다. 서울에서 단 3시간이면 된다. 가깝기 때문에 여행을 귀찮아하는 ‘남친’을 꼬드기기에도 그만이다.

청춘여행에는 그만큼 신선하고 독특한 즐길거리가 필요한 법.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올드 타운 센트럴이 손짓한다. 새롭고 세련된 트렌드와 감각적인 요리, 황홀한 야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지역이다.

트렌드, 힙, 스웩…. 어떤 말로 표현해도 좋다. 홍콩이 얼마나 근사한 도시인지 알고 싶다면 올드 타운 센트럴로 가야 한다. 이곳이야말로 ‘트렌디’하고 ‘스웩’에 넘치며 홍콩의 셀럽들이 출몰하는 곳이어서다. 올드 타운 센트럴은 이름 그대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동네다. 영국의 통치가 시작되고 홍콩이라는 도시가 탄생한 이래, 그 짧고 드라마틱한 역사의 흔적이 길목마다 고스란히 남았다. 하지만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이곳은 그저 도시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다.


크래프트 비어를 즐길 수 있는 센트럴의 더 라운드 하우스. /사진=홍콩관광청

또 홍콩 지도를 펴면 구룡반도의 깊숙한 북서쪽에 삼수이포가 있다. 홍콩 젊은이들에게 최근 가장 뜨거운 장소로 손꼽힌다. 여행객의 입장에선 홍콩을 제집처럼 오가며 센트럴의 골목 이름까지 외웠어도 이곳은 좀 낯설다. 도심의 화려한 빛은 사라지고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잿빛 건물 아래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공장지대에 들어선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저렴한 가격의 맛집과 디저트,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 풍경으로 홍콩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올드 타운 센트럴과 삼수이포. 서로 무척 다른 두 지역은 홍콩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성한 두 다리로 청춘여행을 완성할 올드 타운 센트럴 명소는 세상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올해 가장 '핫'한 타이퀸 헤리티지 앤 아트센터, 수제 맥주까지 내놓는 IFC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 또 다른 홍콩 야경 스폿인 아르마니 하우스 루프톱 바 프리베, 소호의 대표적 크래프트 비어 펍 더 라운드 하우스 등이 있다. 또 신흥 명소로 부상한 삼수이포에는 홍콩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사하는 SCAD 디자인학교, 14석 규모지만 미쉐린 별을 획득한 팀호완, 가난했던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두부 푸딩이 인상적인 컹 와 빈커드 팩토리, 백종원 셰프가 분위기에 취한 노천식당 오이만상이 있다.

◆멋진 아재 ‘댄디남’의 소울여행

주윤발이 즐겨 찾는 서민식당 팀초이키 '어부의 죽' 뎅짜이 콘지. /사진=홍콩관광청

바람에 펄럭이는 ‘바바리코트’에 선글라스, 입에 문 성냥개비. 주윤발과 유덕화, 장국영으로 이어지는 홍콩 누아르 주인공들 얘기다. 홍콩영화의 황금기는 지났으나 어린 시절 영웅은 여전히 가슴에 살아있다. 타닥~탁. 지금도 홍콩 뒷골목에는 수명 다한 형광등이 명멸할까.

멋진 남자에게는 추억이 있다. 1980~90년대 청소년과 청년기를 보낸 세대는 이같은 누아르 이미지를 통째로 공유한다. <영웅본색>의 현장은 여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콩이라는 도시의 본질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센트럴과 침사추이의 뒷골목에서 그 시절 스크린의 홍콩이 숨쉰다. 생전 장국영이 좋아한 광둥식 레스토랑부터 주윤발이 단골이라는 서민식당까지, 스타들의 흔적을 쫓으며 아련한 추억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멋진 남자에게는 취향이 있다. 취향은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눈일 수도 있다. 또 때로는 경험과 연륜이 뒤엉킨 안목 정도로 볼 수 있다. 홍콩은 근사하게 나이 들어온 남자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여행지다. 홍콩의 장점은 명품 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브랜드들이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달고 상륙하는 도시가 바로 홍콩이다. 테일러링 수트의 전통 역시 유구하다.

홍콩식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몽콕의 더에일프로젝트. /사진=홍콩관광청

맛있는 음식을 느긋하게 즐기고 패션과 문화를 체험한 뒤 챙겨야 할 게 또 있다. 바로 창의적인 칵테일이나 독특한 수제맥주를 맛보는 것. 추억여행은 나이트 라이프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어제의 추억과 오늘의 트렌드가 감각을 일깨우는 도시. 멋진 ‘아재’, 이번 가을 홍콩 소울여행이다.

댄디남이 챙겨볼 명소는 널렸다. 먼저 식도락이 있는데 주윤발이 단골로 서민음식을 즐긴 카우룽 시티의 팀 초이 키, 보양식으로 유명한 센트럴의 서윙펀, 장국영 등 최고 셀럽이 찾은 완차이의 푹 람 문이 있다. 댄디남의 스타일을 살리는 곳도 많다. 이탈리아산 고급 가죽 수제화를 선보이는 센트럴의 데노보멘, 양복 장인의 손길을 담은 센트럴의 본햄 스트랜드,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기술이 만난 성완의 아이웨어 크로미스, 장인의 슈샤인 서비스를 내세운 센트럴의 랜드마크 남성 수제화 편집매장 태슬이 있다. 소울여행의 종지부를 찍을 술집 호핑 명소론 백종원 셰프가 추천한 삼수이포의 노포식당 오이만상, 홍콩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몽콕의 더에일프로젝트, 정체가 궁금한 센트럴의 룸309를 들러보자.

◆감각파 ‘줌마렐라’, 나만을 위한 시간여행

센트럴의 파뮤머리 트레저. 나만의 시간, 나만의 향수를 찾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사진=홍콩관광청

한때 꿈 많은 소녀였다. 일과 가정, 세상 모든 것을 책임질 기세로 살아왔다. 아이들은 스스로 챙길 정도로 컸다. 이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쓰고 싶다. 이런 나를 잘 이해하는 친구와 함께한다면 금상첨화다. 정겨운 수다는 밤새도록 이어진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둔 채 멍 때려도 즐겁다.

높은 안목과 적극적인 인생관을 갖춘 ‘줌마렐라’의 행선지는 홍콩이다. 가깝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다. 곳곳에 세계적인 수준의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몰, 호텔이 즐비하다. 로맨틱한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푸르른 시절의 두근거림을 일깨운다. 야심한 시간에도 괜찮다. 세계에서 치안 좋기로 소문난 데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이곳저곳을 쏘다녀도 좋다. 낯선 도시에 대한 두려움을 품을 필요도 없다. 꿈 많던 시절, 영화 속 도시 정감이 그대로다.

화려한 야경과 조명쇼(심포니 오프 라이트)를 배경으로 즐기는 스타페리 크루즈. /사진=홍콩관광청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난 타이퀀에서 향기로운 최고급 녹차를 음미하자. 코스모폴리탄의 거리를 헤매다 두 다리가 지칠 즈음 친구와 진토닉 한잔을 기울이는 건 어떨까. 나에게 딱 맞는 향수를 발견한 뒤 스타페리에 올라 저녁 바닷바람을 품어보자. 미쉐린 프렌치 레스토랑은 근사한 저녁을 선사한다. 이튿날 아침엔 부호들의 앞바다를 느긋하게 걸으며 지난시절을 되돌려보는 것도 좋다.

줌마렐라가 들를 만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데가 옛 경찰서를 문화공간을 개조한 센트럴의 타이퀸, 나만의 향기를 간직할 파퓨머리 트레저, 지친 영혼을 달래줄 닥터 펀즈 진 팔러 등이다. 또 단돈 400원이면 완성되는 스타페리 낭만 크루즈, 미쉐린 원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에퓨레, 부유층 앞마당인 리펄스 베이와 커피 아카데믹스, 채식의 신세계 카인드 키친, 베이징덕이 일품인 모트 32 등도 찾아보자. <사진·자료제공=홍콩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