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치원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전국 시도교육청이 25일 각종 부당행위 감사에 적발된 공·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 경우에는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로 유치원이 폐업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기·인천·부산·경남 등 교육청에 따르면 감사에서 적발된 공·사립유치원 이름과 처분내용 등을 담은 자료를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공개대상은 서울 76곳, 경기 122곳, 인천 223곳, 부산 281곳, 경남 21곳 등이다.


서울 한 유치원은 운영비로 원장 부부의 개인 출퇴근 차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수리비 등 645만원을 집행했고 또다른 유치원은 원장 병원비로 860만원을 지출하는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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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어린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동안 유치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시체계가 없었다는 현실이 놀랍다'며 비리유치원을 향한 비난과 함께 정부를 성토했다.  

유치원 교사 출신 두살배기 아이의 엄마인 김아영씨(29·여)는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와 관련해) 터질 것이 터졌다"며 "이제 나도 학부모이고 몇년 안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텐데 그전까지는 반드시 개선됐으면 하는 문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비리유치원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혹시라도 유치원이 폐업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워킹맘 이지연씨(32·여)는 "한 유치원은 공금으로 성인용품 구매까지 했다는데 그만큼 허술한 관리시스템에 화가 나지만 워킹맘 입장에서 당장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유치원 명단에 올라와 폐업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어 "현 시스템상 유치원 말고는 아이를 어디 맡길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의 잘못된 점이 눈에 보여도 우리 아이에게 해코지하진 않을까라는 마음에 그냥 넘어가는 부모가 많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쌓여서 이번 사태로 발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체계적인 감시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이씨는 "원장이 마음대로 유치원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을 없애려면 내부감시자(교사·조리사·보조교사 등)들이 관련 사안을 마음 놓고 신고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받지 않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워킹맘 김진희씨(36·여)는 "내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인 학부모로서 거주지인 용산구에 아동수 대비 유치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면서 "이번에 비리유치원 명단에 용산구 내 유치원도 포함돼 있다. 아이를 보낼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보통의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또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사실도 너무 화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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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학부모들의 우려에 정부도 칼을 빼든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관련 당정 협의'에서 파업 카드를 꺼내든 사립 유치원들을 향해 집단휴원.모집정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통해 엄중 제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장관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한다. 스스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아이들과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정부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립유치원 집단 휴원이나 원아모집 정지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으로 공정위 조사를 통해 엄중한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개별 유치원의 원아모집 보류와 폐업은 시.도교육청 행정 처분과 경찰 고발 등의 조치에 처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편 이날 공개된 비리유치원 명단 내용에는 각 유치원에 대한 감사 지적사항과 처분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사립유치원은 대부분 교육 목적에 사용해야 할 공금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임의대로 사용한 사례가 많아 적발됐다. 공립유치원은 대체로 인사 관련 문제로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