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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선물을 고민하던 A씨(35·여)는 지난해 성범죄자가 이사 왔다는 우편물을 받은 일이 떠올랐다. 최근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오갔던 터라 A씨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 입학예정인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성범죄자를 검색했다. 총 6명의 성범죄자가 초등학교 반경 1㎞ 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특히 19세 미만 청소년 성추행·성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무려 4명이었다. 무엇보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추행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람이 포함된 점이 마음에 걸렸는데 심지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조차 부착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8일에는 자신을 중학교 3학년이라 밝힌 청소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범죄자 때문에 걱정돼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내용인 즉 청소년을 2번이나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이사 왔다는 우편을 받았는데 위치가 초등학교 바로 옆이라 너무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청원인은 “전자발찌를 부착했다고 써 있지만 소용이…. 우편으로 성범죄자의 신상을 알려줘도 더 무서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범죄자가 일으키는 ‘부정적 나비효과’가 지역사회에 근심을 안기고 있다. 성범죄자가 죗값을 치루고 나와도 재범을 막는 효과적인 장치의 부재로 인근 주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중학생 청원인의 걱정처럼 전자발찌는 감시수단일 뿐 범죄 자체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처럼 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률이 없어 아동 성범죄자가 학교 주변에 거처를 정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보호수단이랄 수 있는 전자발찌는 착용명령 기각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뉴스1

◆국민의 눈 쏠렸지만 현실적인 대책 없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범죄자가 초등학교 주변으로 이사오는 것을 막아달라’라는 내용의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던 전과가 있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학교 주변 고시원에 성범죄자 전입을 막아주세요’ 등의 청원이다.


이 같은 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사임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에 61만5354명이 동참한 데서도 알 수 있다. 해당 청원은 2008년 당시 8세 어린이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조두순에 대한 재판을 다시 열어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조두순은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12년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공식답변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재심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니 범죄자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많은 국민이 아쉬움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에 지난달 20일 ‘조두순 출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새로운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달 10일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며 다시 한번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속죄 없이 감옥에서 잘 먹고 잘 자며 10년을 보냈을 뿐인 조두순이 출소하면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 것’이라는 호소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여론과 흉악범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죗값을 치루고 나온 성범죄자를 감시·구속할 수 있는 수단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한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보호관찰뿐이다. 미국·영국 등이 아동 성범죄자의 학교 인근 거주를 제한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물론 학교, 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 성범죄자가 취업하는 것을 막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가 지난 7월17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어서 아동이 성범죄자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나아가 현재로서는 검증에도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베이비시터(아이 돌보미) 자격증을 30분이면 딸 수 있다”면서 “미국·영국은 신원조회가 의무인 데 반해 한국은 소개소에서 가사도우미처럼 보낸다”고 ‘깜깜이’ 검증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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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10건 중 9건이 성폭력… 성범죄 증가세

법무연수원이 펴낸 ‘2017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범죄 발생건수는 200만8290건이며 이 중 성폭력 범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는 2만9357건으로 2.9%를 차지했다. 그러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살인·강도·성폭력·방화 등의 흉악범죄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성폭력의 비중은 무려 89.1%에 달한다. 

성폭력 범죄는 2007년 1만4344건에서 2016년 2만9357건으로 2배 이상(10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도는 76.3%, 살인은 15.7%, 방화는 12.8% 감소한 데 비해 끔찍할 정도의 증가세다. 학부모뿐 아니라 여성들이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사실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범죄자가 두려운 건 성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13일에는 서울 소재 한 대학 총학생회가 ‘학교 후문에 성범죄자 B씨가 거주하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긴급 공지를 돌리기도 했다. B씨는 2007~2008년 20대 여성 6명을 대상으로 강간 및 간음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10년을 받은 인물이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던 B씨가 대학 원룸촌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난리가 났는데 B씨도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아니었다.

전체 형법범죄에서는 남성피해자가 여성피해자보다 2배 이상 많으나 흉악범죄로 넘어오면 여성피해자가 8배 정도 많다. 흉악범죄 피해자에서 여성피해자의 비율은 ▲2007년 79.2% ▲2008년 79.4% ▲2009년 78.1% ▲2010년 82.9% ▲2011년 83.9% ▲2012년 86.4% ▲2013년 88.2% ▲2014년 88.7% ▲2015년 88.9% ▲2016년 89.1%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15세 이하, 20세 이하, 30세 이하 여성피해자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범죄백서는 이 연령대에서 성폭력 피해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중 13세 미만 아동피해자도 2012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2012년 975명에서 2015년 1268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6년은 1229명으로 전년 대비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 아동 성범죄에서 범죄자가 ‘타인’인 경우도 2012년 55.2%에서 2015년 62.5%로 상승, 아이와 떨어져 있는 학부모들은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성폭력 발생 시간대를 살펴봐도 학부모는 마음을 졸이게 된다. 2016년 기준 성폭력이 많이 발생한 시간대는 ▲21~24시 16.7% ▲18~21시 12.6% ▲0~3시 9.9% 순으로 오후 6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집중됐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등·하교 시간대에도 17.4%(6~9시 7.5%·15~18시 9.9%)의 범죄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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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증가에도 전자발찌 기각률 상승

2016년 기준 보호관찰 대상자(전체 12만5645명) 중 성폭력사범의 비율은 13.2%로 1만6535명으로 나타났다. 폭력, 교통, 풍속사범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2012년 4053명이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나아가 성인 보호관찰대상자 중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람(412명)의 33.8%(142명)가 재차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범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재범비율도 적지 않지만 정작 전자발찌 착용명령을 기각하는 판결은 늘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전자발찌 착용명령 기각률이 2013년 50.03%에서 2018년 67.4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성범죄자의 초등학교 주변 거주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전자발찌는 최후의 방어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전자감독자의 동종범죄 재범률은 지난 10년간 8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16년 성폭력 전자감독 대상자는 2894명인데 이 중 58명이 성범죄를 또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전자발찌를 부착해도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자꾸 기각되고 있다. 이를테면 친딸을 6년간 성폭행한 남성에게 그전에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고 앞으로도 불특정인에게 범죄를 저지를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 변호사 A씨는 “검사가 재범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하거나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데 법원이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니다”며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법원이 소극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