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세그웨이로 대표되는 개인교통수단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향후 5년 뒤 20만~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관련 기준 마련은 더딘 상황. 이에 머니S는 개인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관련 법안에 대해 살펴봤다. 또 대여업체에서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직접 파헤쳐봤다.<편집자주>

[전동킥보드 괜찮나] ③ 도로위의 바퀴벌레로 불리는 '전동킥보드'… 왜?


지난 8월6일 운중천 합류 지점에서 분당 경찰서와 합동으로 전동 휠, 전동 킥보드 운행을 단속하는 모습. /사진=뉴스1(성남시 제공)

#직장인 엄모씨(26·남)는 최근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규정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던 중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차량이 경적을 올리면서 '길을 막지말라'며 자신을 향해 욕을 한 것. 이날 엄씨는 정부가 정한 전동킥보드 운행규정 안에서 합법적으로 탔을 뿐 법을 위반한 사항은 하나도 없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정부의 엉터리 행정 때문에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에 따라 운행하면 다른 운전자들에게 '교통진로를 방해한다'는 소리를 듣고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니면 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정격출력 0.59㎾ 미만)는 현행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도로가 아닌 자동차도로에서 운행해야 한다. 또 전동킥보드는 전체 중량이 30㎏ 미만이므로 안전을 위해 주행 최고속도가 25㎞/h로 제한된다.

해당 규정상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하로 차량과 함께 차도에서 달려야 한다. 만약 도보나 자전거도로로 운행했을 경우 법규 위반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해제해 속도를 조정하기도 한다.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불법적으로 해제한 전동킥보드 이용자 A씨는 "(속도개조가 불법인 것은 알지만) 자전거도로가 아닌 일반 자동차도로에서 25㎞로 달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차라리 속도를 더 낮추고 자전거도로에서 달려도 된다고 하면 그게 더 마음이 편할 거 같다"고 전했다.

지난4월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2018 안전공감 마라톤’ 행사 참가자들이 도로교통공단에서 마련한 교통안전 체험존에서 퍼스널 모빌리티(PM) 타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실 속도개조와 관련한 단속·처벌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마포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일반 화물차에는 속도제한과 관련해 법규(3.5톤 이상 화물차에는 시속 90㎞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법)가 있지만 전동킥보드의 경우 자체 안전기준이 있어서 따로 법으로 단속하거나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공식적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년간 개인용 이동수단 관련 사고는 117건이었다.

이 중 58건(49.6%)이 차와 부딪힌 사고였고 사람과 부딪힌 사고도 33건(28.2%)이었다. 이어 운전자 단독 사고(26건‧22.2%)가 뒤를 이었다. 사고로 총 4명이 사망했고 124명이 다쳤다. 이는 2014년 4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대시속 70㎞까지 낼 수 있는 속도제한 푼 전동킥보드. /사진=류은혁 기자

이처럼 전동킥보드 등 개인교통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법적 지위와 운행 매뉴얼이 분명치 않아 혼선이 가중되면서 사고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평상시 규정에 맞게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는 B씨는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에 따라 차도에서 운행하면 낮은 속력으로 달려야 해 뒤따라오는 자동차 혹은 오토바이 등으로 인한 위험에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노출된다"면서 "최근 이동수단으로 전동킥보드가 떠오르고 있는 만큼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서 (전동킥보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이 같은 호소에도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인다. 양승현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과장은 "전동킥보드는 현재 자동차관리법이나 자전거관련법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주행기준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동킥보드 주행기준) 관련해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