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밴사에 데이터캡처 대행중지 계획 통보
롯데카드, ICT업체 위탁 가맹점 25→50%로 확대
데이터캡처 업무에 하위권 카드사 적극적인 이유는
감독당국 검사 안받는 케이알시스 보안 문제 관건

밴(VAN)사에 지급되는 전표매입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업계와 밴업계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가 밴사 업무의 일부인 ‘데이터캡처(Data-Capture) 매입데이터’ 제작 업무를 정보통신기술(ICT)사업자에 확대 위탁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올 초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발발한 카드업계와 밴업계 간 갈등은 지난 4월 신한카드가 ICT사업자로의 관련 업무 확대위탁 계획을 철회하며 일단락됐지만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갈등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검사 대상이 아닌 케이알시스에 카드사의 결제데이터가 넘어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달 30일 나이스정보통신·한국정보통신·KS넷·스마트로 등 주요 밴사에 내년 1월부터 데이터캡처 매입데이터 제작 업무를 ICT업체인 케이알시스에 위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통보했다. 다만 어떤 업종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업무 위탁을 할지, 전체 가맹점 중 얼마 만큼에 적용할지는 고지하지 않았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10월 초 한국신용카드밴협회 회원사 12곳과 SPC네트워크 등 13개 밴사에 기존 음식점업종을 중심으로 전체 가맹점의 25%에만 적용했던 이 업무를 전체 가맹점의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통보했다.

업계 하위권인 하나카드와 롯데카드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물론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도 조만간 이 업무를 케이알시스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케이알시스로의 데이터캡처 업무 확대위탁 계획을 철회한 신한카드는 위탁 확대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카드는 전체 가맹점의 25%에 대한 매입데이터 제작 업무를 케이알시스에 위탁한 상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이터캡처 매입데이터 제작 업무는 밴사가 전표 매입 과정에서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건을 걸러내는 작업으로 일종의 가맹점 리스크 관리를 담당한다. 예컨대 100건의 승인(결제)이 발생했고 이중 1건이 의심되면 밴사는 그 1건에 대한 승인데이터와 가맹점의 전표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상이 없다면 해당 전표를 카드사에 보내고 잘못된 거래라면 해당 결제승인을 취소한다. 즉 데이터캡처 매입데이터 제작은 가맹점에 물건값을 지급하고 고객에겐 카드결제금액을 청구하기 위한 핵심 업무다.

카드업계가 이 업무를 ICT업체인 케이알시스에 넘기려는 건 데이터캡처 매입데이터 제작 대행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서다. 현재 밴사는 이 업무를 대행하며 카드사로부터 결제건당 18~20원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케이알시스는 해당 대행수수료를 7원가량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무 위탁을 케이알시스로 변경하는 데 업계 하위권 카드사가 앞장선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영향이 하위권 업체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발표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에 따라 카드업계가 1조4000억원 가량의 수수료 인하 비용부담을 떠안을 전망이지만 상위권 업체보다 하위권 업체에 더 큰 영향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매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카드사용이 많은 대형 카드사와 달리 중소형 카드사는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17%에서 1.95%로 낮아진다.

결국 하나카드와 롯데카드가 데이터캡처 매입데이터 제작 업무를 케이알시스로 위탁하는 데 적극적인 건 내년 비용 보전이 절실한 이들 카드사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하위권 업체인 우리카드는 비씨카드의 회원사여서 상대적으로 이 업무의 위탁 문제에서 자유롭다.

문제는 상위 카드사들도 이 업무를 케이알시스로 위탁하는 데 다시 뛰어들 가능성이 커 카드업계와 밴업계 간 갈등 재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월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전체 밴사에 데이터캡처 업무를 케이알시스로 넘기겠다고 통보하자 밴업계는 물론 가맹점을 관리하는 밴대리점까지 크게 반발하며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밴대리점은 신한카드 이용중지 운동을 계획했고 결국 신한카드는 4월 말 위탁 확대 계획을 철회했다.

ICT업체인 케이알시스가 카드사로부터 결제 승인데이터를 받는 데 대해 감독당국의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승인을 중개하며 쌓은 데이터로 매입데이터를 제작한다. 반면 케이알시스는 카드사로부터 승인데이터를 모두 받아 데이터캡처 업무를 대행한다.

하지만 케이알시스는 지난달 21일 기준 밴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로 등록하지 않아 감독당국의 검사를 받지 않는다. 고객의 카드결제 데이터가 감독당국의 검사 대상이 아닌 ICT업체에 넘어간다는 얘기다. 밴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