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 매년 150만대씩 자동차가 팔리는데 11년 후인 2030년에는 자율주행택시가 이 150만대 중 18만대(12%)를 차지할 전망이다.(이재웅 쏘카 대표, 디지털 경제 포럼, 2018년 11월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시대가 열리는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 할 만큼 우려가 많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사고의 위험성이다.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에서 현대자동차 넥쏘에 시승한 참가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반복되는 자율주행차 사고


2016년 5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S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자율주행차 운행 중 사람이 사망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2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센서가 도로에서 좌회전하는 컨테이너 트레일러의 흰색 측면과 밝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모델S의 오토파일럿 기능과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차량이 트레일러 아래 공간으로 밀고 들어갔다. 차체가 상당히 높은 트레일러 하부 공간으로 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같다.

오래전에 필자의 지인이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트레일러 하부 공간을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 차의 지붕이 날아갔는데 지인은 기적처럼 멀쩡했다. 영화에서 연출한 장면이 실제로 나타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모델S의 사고에서는 탑승자가 사망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세계 최초로 시험운행에 들어간 우버의 자율주행택시가 신호를 위반하면서 사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18일에는 우버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해 사람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밤 10시쯤 자전거를 끌고 차선 한가운데로 횡단하려다 일어난 사고로 판명됐다.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갑자기 건넌 보행자 잘못이었지만 이 사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논란이 가중됐다. 우버는 조의를 표하고 북미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중단했다.

이어 3월2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101번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모델X 차량이 중앙 분리대와 충돌하는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뒤에 오던 차량 두대가 모델X를 잇달아 추돌해 차량은 화염에 휩싸이고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테슬라 측은 해당 차량은 오토파일럿과 적응형 크루즈컨트롤이 작동 중이었으며 운전자는 충돌 전 6초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은 오직 시각을 통한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기계는 시각 이외에 레이더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세밀하면서도 심리와 편견이 개입되지 않은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고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에서 30초마다 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20명이 부상을 당한다. 국제도로운송연합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의 85~90%가 인적 오류(human error)다.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 주행에서 인간의 요소를 배제할 때 오히려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기술이 진화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나 보복운전 등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비자발적 사고에 대한 공포


사람들은 위험을 흔히 비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자동차 사고보다 비행기 사고를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비행기 추락으로 수백명의 사람이 사망한 사건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는 연간 127만명인데 반해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은 그 숫자의 1000분의1인 연간 1200명이다. 비행기 운항이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비행기 사고는 오히려 줄고 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상업용 비행기 승객 1억명당 사망자수는 약 2명에 불과하며 비행기가 추락해도 사람들 우려와 달리 무려 95%가 살아남는다. 비행기를 탈 때 사고로 죽을 확률은 자동차 사고의 65분의1에 그친다. 그래도 비행기가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듯이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시대가 되더라도 우려감을 갖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열차, 선박 등도 사고로 인해 사람이 죽을 확률이 비행기보다 높다. 미국의 엔지니어인 C.스타는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사망 확률은 도시에서 오토바이를 타다 죽을 확률과 비슷한데 사람들은 전쟁을 훨씬 더 위험하다고 느낀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사냥을 하거나 스키를 타다 사망할 확률보다 훨씬 낮은데도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를 훨씬 더 위험하게 느낀다.(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이영직 저, 2018년 12월)

사람들은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할 경우 실제보다 위험을 덜 느끼는 반면 전쟁, 비행기,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사망처럼 비자발적으로 부딪히는 것에서는 실제보다 위험을 더 크게 느낀다. 미래에 자율주행차 보급이 늘어나도 기존의 자동차와 병행 운행돼 자율주행차의 선택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면 위험에 대한 체감도가 지금보다는 낮아질 수도 있다.

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에서 시민들이 무인 자율 주행 버스 아폴로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위험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


새로운 기술과 수단은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 위험이 두렵다고 보급을 꺼릴 필요는 없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행기 사고는 날씨의 변화나 기술적인 문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비불량, 부주의, 자살추락 등 인재에 의한 사고다.

2015년 3월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해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저먼윙스 소속 여객기가 프랑스의 알프스 지역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원인이 부조종사의 ‘자살추락’으로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조종사의 자살추락 사고는 결코 드물지 않고 지금까지 10여건 발생했다. 사람에 의한 고의적인 사고는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에 잘 대비하더라도 사고를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주행차 역시 사람의 손이 필요없도록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만든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 의한 사고의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사고 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정비되면 사회적 발전도 이뤄진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과거의 법률만 갖고 일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사이버 범죄에 대한 법을 만들 필요성이 생겨났고 그 법을 다룰 법률가가 요구되고 사이버 범죄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수사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자율주행차도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악성 바이러스에 자율주행차가 감염돼 범죄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로봇을 원격조작해 범죄행위에 이용하듯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범죄의 형태가 진화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지난달 28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나 범죄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일본에서 본격화된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문명의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대두될 때 그 위험을 줄이는 노력은 새로운 산업과 직업,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자율주행차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위험이 가능한지 예측하면서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통신이 마비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고 가게에서는 카드결제가 안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났다. 만약 통신망으로 정보를 받으며 운행하는 자율자동차 운행이 보편화된 상태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차량 사고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리 앞서가는 준비가 요구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