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항공

한진그룹 계열 항공사들이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항공업계에서 유독 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한진 계열이다. 이미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의 장기 대립은 업계에도 정평이 났다. 여기에 형을 따라가는 아우의 모습과 같이 진에어 노조도 임금협상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들의 협상은 올해 마무리될 수 있을까.

◆노사 간 협상 올해 넘기나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와의 2017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등을 풀지 못했다. 올초 조종사노조와 2015~2016년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판이 나왔지만 상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장기화에 접어들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다고 해도 조합원 투표, 조인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내 마무리가 불가능에 가깝다. 김성기 대한항공조종사노조위원장은 “임금협상은 여전히 하고 있다. 2017~2018년 임금협상과 2017년 단협까지 세가지를 묶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협을 같이하는 바람에 검토할 것이 많아 (연내 노사 임금협상 타결을) 장담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반노조가 3.5% 임금인상(총액 기준) 협상을 타결하면서 답답한 상황이 됐다. 회사가 견지하는 인상폭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교섭을 해도 회사가 고집하는 임금 인상폭은 3%대다. 3.5% 이상은 올라가지 못한다는 틀이 생겼기 때문에 회사는 단협에서 다른 안건을 찾아보자고 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노조 측에서 희망하는 인상안은 어느 정도선일까. 민주노총 및 항공노총에 따르면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소득분배 가치를 산정할 때 7~8%가 적정선이다. 대한항공의 소득분배 가치를 재산정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닌 회사의 영업상황에 따른 것이고 대한항공은 3년 연속 1조원 가까이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올해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임금을 인상해 직원들을 다독여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버틸 경우 현실적으로 꺾을 수 없는 구조다. 항공산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조종사노조가 10기로 넘어오기 전인 9기에서 600일간 쟁의기간을 가졌다”며 “필수유지업무 파업도 진행했다. 하지만 변화된 것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박하지 않으면 투쟁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조원태 사장과의 만남도 아쉬워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 관계에 있어 노조측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진자, 힘 있는 사람이 합리적 기준을 가져야 노조도 양보하면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고 협상이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선에서 결재가 어려우면 위원장이 대신 말을 하겠다며 (사장) 면담을 요구하지만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18일에도 노사 교섭을 이어가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맏형격인 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마찬가지로 진에어 역시 올해 협상테이블에서 오가는 대화가 순조롭지 못했다. 물컵갑질 논란 이후 진에어는 창사 이래 처음 노조가 생겼다. 올해 임협에 처음 나선 진에어 노조는 사측과의 이견 차이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진에어는 지난달 27일 노사 교섭위원이 만나 ▲필수유지업무협정 협의 ▲임금교섭 ▲단체교섭 직종별 이슈 등을 논의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임금교섭의 경우 노조 측은 임금총액 8% 인상을 제시했다. 대신 기존에 요구하던 상여금 100% 추가(5월 가정의 달) 요구를 철회했다.

사측과의 의견차는 상당했다. 사측의 제시안은 임금총액 2.5% 인상에 격려금 50% 지급 또는 임금총액 3% 인상이다. 이런 가운데 분위기 반전의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단체협상은 결국 해를 넘겼지만 지난 21일 극적으로 2018년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것. 2017년도 임금총액 기준 3.5% 이내 인상+상여금 100%(1회) 지급이다. 또 회사는 노조에서 제시한 단협 우선 협의 안건 중 일부에 대한 합의를 수용한다.

진에어 노조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조합원 투표에 들어갔다. 오늘(2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투표가 마무리된다. 투표인원은 총 517명이며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최정호 진에어 대표.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갈등 장기화, CEO 발목 잡힐라

노사갈등 장기화는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CEO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노사갈등은 CEO의 내부결속력 부족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대한항공의 경우 오너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이같은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진에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최정호 진에어 대표는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위치다. 그렇기에 더욱 당일 종료될 조합원 투표에 모든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다.

통상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2월 중에 한진그룹 정기임원인사가 발표된다. 임원은 한해 경영실적이 좋다고 해도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위태로운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물컵갑질사태 이후 노조에서는 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이로 인해 노사 간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갈등 장기화는 CEO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진에어 CEO의 경우 1년 단위 계약직과 같기 때문에 노사갈등의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물러나며 오너 일가를 보호하는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2호(2018년 12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