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에 따르면,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 신경퇴행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서울대병원
한 연구에 따르면,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 신경퇴행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서울대병원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한다면 파킨슨·치매 등 신경퇴행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병원은 자면서 돌발행동을 보이는 질병인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75%에서 파킨슨·치매 등 신경퇴행질환이 나타났다는 연구가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전 세계 11개국 24개 센터의 수면·신경 전문가의 조사결과가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 최근호에 게재되면서 의료계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주로 북미·유럽의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이번 연구에 아시아에서는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유일하게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치매와 파킨슨증 발생률 및 신경퇴행질환 위험도 예측은 각각 ‘카플란-마이어’와 ‘콕스 비례위험’ 분석을 통해 평가했다.

연구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됐다. 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 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 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등이었다.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질환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 질환으로 진단했을 때 신경퇴행질환으로의 이행률과 진행 예측인자를 정확히 추정하면 신경보호를 위한 치료가 가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조기진단으로 더 쉽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경우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예측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다.


정기영 교수는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으나 이를 다기관 장기 추적으로 밝힌 첫 연구이며 추가적으로 신경퇴행질환의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같이 밝혔다”며 “특히 한국인 환자의 데이터도 같은 양상으로 확인된 것이 이번 연구의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