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 이후 불안한 부모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한 맞벌이 부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속 아기 학대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일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한 맞벌이 부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속 아기 학대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정부 아이돌보미가 14개월 아기를 학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부모들은 “정부 지원 사업조차 믿을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돌보미는 여성가족부가 2006년부터 시행 중인 육아 서비스다. 정부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에 돌보미를 알선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서비스는 정부가 신원 확인과 교육을 마친 돌보미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믿고 이용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돌보미마저 믿을 수 없게 된 부모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6개월째 아이돌보미를 이용 중인 워킹맘 김모씨(38)는 “돌보미 동의 하에 CCTV를 설치했는데 만약 이조차 없었으면 불안해서 일도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운영하는 서비스도 이런데 민간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불안은 짐작조차 안 간다. 아이를 맡기고 일하러 간 부모가 평생 죄인이 돼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부모들의 불안감은 이번 사건의 공론화를 이끌었다. 피해 부모가 지난 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이틀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건의 심각성에 공감한 부모들이 맘카페(육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결과다.


한 지역 맘카페 회원 A씨는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이돌보미가 꼭 처벌받을 수 있도록, 정부 돌봄서비스가 개선되도록 청원에 동참해 달라”며 청원글의 링크를 올렸다.

또 다른 카페 회원 B씨는 “2개월째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 중인데 이번 사건을 알고나니 돌보미 선생님을 의심하게 된다”며 “맞벌이로 애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한 맞벌이 부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속 아기 학대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일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한 맞벌이 부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속 아기 학대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이번 사건의 학대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CCTV 영상에는 아이돌보미가 잠자는 아기를 발로 차거나 뒤통수를 때리고 아이에게 밥을 먹이다 뺨을 때리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를 본 부모들은 정부를 향해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하고 있다. 워킹맘 김씨는 “이미 사고가 벌어진 뒤에 확인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아이돌보미가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학대할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맘카페 회원 C씨는 아이돌보미 사업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아이돌보미 중 좋은 분들도 많겠지만 폭행 사건이 지나치게 자주 발생하는 걸 보면, 아이돌보미 자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다”며 “아이돌보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인성 평가 등 자격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C씨 지적처럼 현재 아이돌보미는 육아 관련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어도 80시간 양성교육만 받으면 선발이 가능하다. 특히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단 2시간에 불과하며 그 내용마저도 매년 동일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가부는 아이돌보미 활동을 긴급 점검하고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달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또 아이돌보미 양성교육에서도 아동 학대 관련 교육을 늘리고 채용절차와 결격사유, 자격정지 기준 등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도 3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번 아이돌보미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아이의 상황들을 직접 보게 됐을 때 충격을 느꼈을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분들에게도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은폐된 사건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사건이 드러나면 아동전문기관의 협조를 얻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