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정부의 규제가 풀려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정부의 규제가 풀려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됐으나 현재는 더 나아가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 이에 헬스케어산업도 디지털기술이 접목되면서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수준의 의료기술에 우수한 IT인프라를 보유한 대한민국 현 상황을 어떨까.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최적화된 환경이지만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 누적투자액 톱100위에 국내 기업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일까.


17일 관련업계는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이유로 들면서 규제완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이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어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법상 적법한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고 관련 규제를 해결하느라 발목이 잡히는 동안 해외서 유사경쟁서비스가 출시돼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이 정부 빗장에 갇혀 있는 동안 경쟁력을 잃는 것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의 제품이 인허가부터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00일로 자본력이 비교적 약한 스타트업은 이 기간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아무리 혁신적인 신의료기술을 사용한 제품이더라도 모든 인허가 및 평가절차가 끝나갈 시점엔 더이상 혁신적인 신의료기술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개발에 이용할 목적으로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하는 법률 규정도 없을뿐더러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의료정보도 개인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10만명 개개인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한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업계와 사뭇 다르다. 디지털헬스케업산업을 신중히 검토 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핵심특허 및 신기술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문적이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 보건건강과 생명을 다루므로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신중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은 글로벌기조를 타고 성장하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탄탄한 아마존·애플·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도 가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매년 의료비로 지출되는 금액은 7조5000억달러(약 8918조원)로 시장 한 조각만 차지해도 큰 수익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규제빗장 때문에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산업을 인정하고 규제를 풀 것”이라며 “국내 디지털헬스케어스타트업들이 최소한 해외기업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