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을 했던 패스트트랙이 심야 통과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손학규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여야 대립을 했던 패스트트랙이 심야 통과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손학규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후 처음 열린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오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전날 손 대표의 '계파 패권주의' 발언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권 최고위원은 언성을 높였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떠났으나 손 대표는 낯뜨거운 공개비판 속에서도 "사퇴는 없다"는 뜻을 고수하며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

오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노력과 역할이 힘을 받고 지지 받으려면 내부가 조속히 정비되고 정상화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어제 손학규 대표가 같은 당 동지들을 수구보수로 내몰며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정말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이 만들어주신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 원내대표는 "당을 위해, 후배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게 원내대표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이라며 "당 전체가 불행한 사태로 빨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의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패권주의, 수구보수란 표현에 대해 사과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제3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246호에서 열린 가운데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구을)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바른미래당 제3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246호에서 열린 가운데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구을)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편 손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 정무직 당직자 13명에 대한 해임조치를 취소한다며 한 발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이준석 최고위원의 건의도 있고 여러분 의견도 있다"며 "13명의 정무직 당직자를 해임했는데 절차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취소하겠다. 앞으로 우리당이 하나가 돼서 국민들에게 제3의 길, 중도정당으로 우리 바른미래당으로 총선에 나가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연달아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보이콧 해온 하 최고위원은 "한달 반만에 최고위원에 돌아온 이유는 어제 손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듣고 이제 안 되겠다, 당 혁신을 위해 안에서 싸워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저희를 수구보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우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올드보이 수구세력을 청산하는 일이다. 제가 그 디딤돌이 되기 위해 오늘 참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발언은 내 말 안 듣는 사람은 다 수구보수이자 분열세력이다, 화합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라며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사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손 대표는 사실상 불신임 상태다. 원내대표 선거는 사실상 탄핵을 의결한 선거였다"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도 "수구보수로 지칭한 세력이 누구이며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다"라며 "천길 낭떠러지에서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구성원들에게 강요하지 말아달라. 지금까지 있었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대범한 용기를 보여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는 우리 최고위원을 모아놓고 당 지지율을 어떻게 올릴까 논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문제 해결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회피했다. 보따리를 싸서 보수를 통합한다는 발언만 하며 갈라치기 프레임으로 몰고갔다.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면서 당내 민주주의는 왜 말살시키냐"며 언성을 높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퇴진 촉구 발언 중 손학규 대표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퇴진 촉구 발언 중 손학규 대표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집중 포화에 지명직 최고위원 문병호 전 의원이 손 대표 편에서 강력 반박하고 나섰다. 문 최고위원은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것이지 국회의원이 뽑은 것이 아니다. 대표의 책임이나 거취에 대해 의원으로서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지만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몰아내서는 안 된다"고 엄호했다.

또 그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을 겨냥해 "비정상이라고 하는데, 따져보면 최고위원 세 분이 비정상의 시작이다"며 "참석을 보이콧하지 않아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어땠을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헌을 보면 우리 당은 대표에게 권한을 많이 부여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다"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는 일 중 협의사항이 있고 의결사항이 있다. 인사는 협의사항이다. 협의를 하고 대표 뜻대로 인사하는 것이 우리 당론이란 뜻이다. 그런데 최고위원의 과반수 의결을 받으라는 말이 어딨는가. 자기 마음대로 뜯어고치면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가 끝난 뒤 손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당내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철회할 이유가 없다. 협의를 통해 임명해서 완전히 적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선 반대하는 분들이 많아서 협의를 더 할 것이다. 의결사항이 아니고 대표 임명권이 분명히 있는 것인 만큼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임명 강행 의지를 밝혔다.

또 오 원내대표 역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과 함께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발언은 경악할 정도로 도발적인 표현을 썼다. 계파 패권주의로 당선됐다는데 제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겠나. 이는 정상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모두 이에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고위에 상정한 안건에 대해서는 "손 대표가 거부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