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국내증시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고꾸라졌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돈을 쏟아넣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침체를 넘어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며 분양시장을 조이자 내집 마련에 나선 사람들이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노후는 늘 불안하다. 대표 노후자산인 ‘3층연금’으로 넉넉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머니S>는 분야별 고수들이 제안하는 ‘재테크 전략’을 알아봤다.<편집자주>


[든든한 노후설계, 고수의 비법노트-②] 혼돈의 금융시장, 믿을 건 ‘머니’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갈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증시는 힘없이 고꾸라졌다. 하루 만에 5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추가인하를 시사하며 저금리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불안한 금융환경에 저금리까지 더해져 자산가들의 투심이 안전자산에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은 하반기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환차익을 노리기보다 자산분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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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금‧채권, 안전자산 급부상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추천상품으로 ▲달러 ▲금 ▲채권을 꼽았다. 특히 달러는 지난달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당분간 강세가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2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원화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최대 1250원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신흥국의 통화는 약세를 유지하고 달러가치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약세를 강조하며 연준을 압박해 지금 같은 강달러를 바라보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현주 KEB하나은행 PB부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최고치로 솟았다”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강달러를 관측하고 투자하지만 자산분배 차원에서 달러자산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PB팀장은 “미국 정부의 바람대로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행되던 시기처럼 125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값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인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달 7일 6년 만에 1500달러 대를 넘어 연초 1280달러에서 220달러(17%)나 올랐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금 판매량은 90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3㎏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1.7배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 시세가 1트로이온스(31.1035g)당 1520~17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세계경제에 불안심리가 커져 중앙은행이 금을 매수해 금값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금은 골드바 등 현물투자보다 골드뱅킹, 금 펀드 등 투자상품에 간접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금 투자는 수수료와 세금,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차이 등의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KRX 금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KRX금시장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실시간 가격으로 금 가격을 책정한다. 수수료는 0.3% 내외의 증권사 온라인 수수료만 부과된다.

김현수 우리은행 PB팀장은 “금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적 추세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며 “자산포트폴리오에 대체자산으로 일부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도 올 연말까지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통상 장기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채권 투자자는 만기상환 받은 돈으로 다시 채권을 사들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만기 물량의 상당부분이 재투자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하락으로 채권의 가격이 올라 이에 따른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남경화 신한은행 PB팀장은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형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관건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내릴지 여부다. 이미 채권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에 채권형펀드는 3~6개월 수익률을 보고 단기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차장은 “채권시장에는 수급 요인보다 대외환경이나 경제 펀더멘털 등 거시적 요인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하반기 글로벌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진 만큼 채권투자 기대수익률은 낮게 잡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달러 잡고 안전하게… 뭐니 해도 ‘현금’

◆안전자산도 상투, 현금보유 늘려야

현재 재테크시장은 시계제로다. 안전자산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대세론이 확대됐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특히 달러와 금값에 영향을 주는 외환시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수에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는 금물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더딜 경우 채권투자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금자산을 보유할 것을 강조했다. 김현수 PB팀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투자자들은 유동성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현섭 PB팀장은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선 자산가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게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소득이 들어오는 자산을 늘려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도 보수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증시를 피해 안전자산에 투자했다가 상투를 잡을 수 있어서다. 달러와 금값은 이미 크게 올랐고 상승세는 주춤해지는 추세다. 오히려 채권금리는 꾸준히 하락세다. 최근 국고채 1년물은 1.1%대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현주 PB부장은 “주식시장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패닉상황에 이르렀고 국내증시는 1800선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어 채권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주식처럼 상투를 잡을 수 있어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남경화 PB팀장은 “하반기 글로별 경기가 둔화될 전망이지만 침체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과 달러의 상승세가 지금처럼 오르기도 어렵다.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안전자산 투자에 접근하고 장기투자 시 원/달러 환율이 올랐을 때 환금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