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확충에 나서는 국내 금융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돼 해외발행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졌지만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국내보다는 해외가 유리한 측면에 많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는 규제강화로 자본건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금리변동성이 완화되기까지 기다릴 만한 여유도 없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데 예상보다 발행금리가 높게 책정되면 이자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위쪽부터)농협중앙회 본점, 한화생명 본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DB
(위쪽부터)농협중앙회 본점, 한화생명 본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DB

◆농협·한화·우리, 국내외 발행 엇갈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2.98%로 한국은행 기준금리(1.50%)보다 148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7월 국내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69%다.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달 국내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리는 3.49%로 발행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달러 조달이 필요치 않았고 국내 시장금리가 해외보다 낮은 점 등을 고려해 국내에서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도 “채권발행 과정에서 여러 사안을 복합적으로 고민했으며 국내외 금리 등을 살펴 채권을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해외서 자금을 조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ㄹ25일 5억5000만달러(한화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4.25%로 국내 발행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발행물량 일부는 롤오버(만기연장)를 위한 달러 차환용이 있었고 해외에 투자수요가 많아 해외자금조달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발행금리는 발행기관의 신용도, 발행물량, 흥행여부, 시장상황 등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이 과정에서 발행금리의 잣대는 기준금리가 된다. 기준금리에 연동해 국채 등 시장금리가 형성되고 여기에 여러 요인을 반영해 책정한 가산금리가 더해져 최종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인 영구채로 분류돼 금리가 높게 책정되면 이자부담을 장기간 안고가야 한다.

◆한미 금리 역전에 꼬인 셈법

최근에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통상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준금리가 낮지만 지난해 5월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동안 매파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금리를 올려온 반면 한국은행은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로 금리인하 행보를 고수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스프레스(금리 격차)는 100bp로 10월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면 75bp로 좁혀지게 된다.

국내 시장금리가 낮다는 것은 채권 발행 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농협지주, 한화생명 등 국내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가 우리은행보다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해외에는 국내보다 수요가 많아 조달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금융사들이 국내외 발행 여부를 고민하는 배경이다.

보험사는 2017~2018년 사이 대규모 자본확충을 진행했는데 교보생명, 한화생명, KDB생명 등 다수 보험사가 해외서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엔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낮아 해외가 더 유리했다. 채권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도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대폭 확대했다.

수요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2017년 교보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 금리는 3.95%로 우리은행의 이번 발행금리보다 낮았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는 1.00~1.25%로 현재보다 75bp 낮았다.

관련업계에서는 한미 간 금리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이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 시그널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은 데 반해 우리나라는 제로금리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본확충 숙제' 금융권, 돈줄 찾아 삼만리

◆멈출 수 없는 자본확충

금리변동성 확대에도 금융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건전성 학보를 위해서다.

농협금융지주의 올 6월 말 BIS총자본비율은 13.90%로 KB금융(14.94%), 하나금융(14.69%), 신한금융(14.27%) 등 경쟁 지주사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달에는 자회사인 농협손해보험에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하면서 BIS비율이 더 떨어졌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카드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자본변동성 해소를 위해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자회사였던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을 위해 지분을 사들였고 이를 위해 배당,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지분을 지주로 넘기면서 발생한 대량 대기매물(오버행 이슈)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지분을 매각하면서 받게 될 지분 5.83%를 6개월 안에 매각해야 한다. 단기간 내 다량의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주식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우리은행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임하고 투자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다양한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회계기준이 변경되면 저축성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바뀌어 자본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 한화생명은 2017년부터 매년 자본확충에 나섰는데 2017년엔 국내에서, 지난해엔 해외서 채권을 발행했다.

금융사의 자본확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RBC 부채듀레이션 만기가 30년으로 확대 적용되기 시작해 자본확충 압박이 크고 2022년부터는 새 회계기준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변액보험 최저보증리스크 반영 비율도 내년까지 강화된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리리스크 확대, RBC 건전성 규제 강화에 더해 회계기준 이슈까지 맞물린 상황”이라며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IFRS17 도입 전까지 자본확충 이슈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