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사상독재'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사상독재'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서울 인헌고의 한 학생단체가 ‘반일’을 강조하는 등 일부 교사가 학생에게 ‘사상주입’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또 이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지난 8월 숭실중고의 자발적인 대규모 반일 행진이 회자된다.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지난 23일 오후 학교 정문 앞에서 일부 교사들의 ‘사상독재’ 사례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좌파교육 철폐하라’ ‘전교조를 해체하라’라는 손팻말을 앞세운 보수단체 회원들도 함께했다.


이날 학수연은 ‘사상독재’ 사례로 ‘반일’ ‘정권 편향’ ‘일베’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일부 교사가 학내 마라톤 행사 때 반일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작성하고 이를 몸에 붙이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조국사태와 관련해선 현 정권에 경도된 편향을 보였으며 또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말한 학생에게 ‘일베’의 낙인을 찍었다고도 했다.

이들은 “인헌고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학수연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다른 학생들은 ‘거짓말’ ‘허언증’이라며 학수연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인헌고를 상대로 특별장학에 나섰다. 또 특별장학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감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인헌고 인근의 한 주민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게 창피하다. (학수연) 일부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외부 사람들(보수단체 회원)까지 들어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설령 선생들이 경제보복을 한 아베와 일본정부를 반대하고 상식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일베를 운운했다고 해서 (학생들이) 저렇게까지 (기자회견) 해야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넘어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일본의 보복에 대해 (교육자로서)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지만 반일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한 숭실중고등학교의 행진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시행된 지난 8월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중고등학교 학생들이 3·1운동 만세 100주년 기념 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시행된 지난 8월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중고등학교 학생들이 3·1운동 만세 100주년 기념 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숭실중·고등학교는 지난 8월28일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일본정부 규탄행진을 전개했다. 이날 행진에는 학생 900여명을 비롯해 총 1000여명이 참가했다. 숭실고는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의 모교다.

이들은 학교에서 은평평화공원까지 약 2.5㎞를 행진하면서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일본정부에 경제보복 조치 철회, 위안부 피해자 사과, 강제징용 인정 등을 촉구한 것. 이들의 손팻말에는 ‘수출규제 철회하고 평화공존 나와라’ ‘인권유린 전쟁범죄 진심으로 사과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숭실중고의 이 행진은 학생회와 사회동아리가 준비한 것으로, 사전 학급별 논의를 거쳤다. 학생들의 행진 참가는 전적으로 민주적이면서 자율적이었다는 뜻이다.

숭실중에 재학중인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당시 아이는 일본정부 규탄행진에 참가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면서 “(인헌고 사태에 대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신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