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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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 유년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철강’은 보수적인 굴뚝산업의 대명사로 인식돼 있다. 당시 ‘제철보국’이라는 개념은 그 당시의 절박함을 잘 표현한다. ‘철강’은 국가를 이끄는 기반산업의 큰 축으로 50여년을 군림했다. 그러는 사이 차갑고 보수적인 철의 이미지는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졌다.

철광석에서 바로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는 국내에선 포스코가 1969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철강업계 2위로 꼽히는 현대제철이 제1고로를 설치한 건 1998년으로 포스코가 도입한 지 29년 만이었다.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은 철강 고부가가치화에 집중하며 포스코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이 시도 중인 철강 브랜드화가 2000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열연용 내마모강 판재 제품 선보여

지난 11월14일 현대제철은 자동차와 기계산업 등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열연용 내마모강 판재의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고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제철은 기존 제품에 비해 경도와 가공성이 향상된 내마모강 신제품 2종을 개발하고 ‘웨어렉스’(WEAREX) 브랜드를 공개했다. 영문 ‘WEAR’(닳다)와 ‘Resistant’(내구력 있는), ‘EXcellent’(탁월한) 등을 조합한 브랜드 명칭은 ‘외력에도 닳지 않는 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신제품은 탄소와 보론, 크롬 등의 합금원소를 최적의 비율로 첨가함으로써 경도와 내마모 성능을 높여 반복 하중이 발생하는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구동계 부품에 적합하다고 현대제철 측은 설명했다.

제강 공정에서 특정 원소를 제어해 불순물을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부품 수명을 극대화하고 기계 성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15년 열연용 내마모강 판매를 본격화한 이후 당시 5만톤 수준이던 판매량이 올해 13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브랜드 발표를 계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웨어렉스’에 이어 앞으로 주요 고성능 제품에 대해서는 네이밍 체계를 구축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17년 내진강재 브랜드인 ‘H코어’(H CORE)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자체 설계 콘셉트카와 함께 맞춤형 자동차 소재 서비스인 ‘H솔루션’(H-SOLUTION)을 소개하는 등 핵심 제품별 브랜드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문 브랜드도 소개


현대제철이 철강 브랜드화에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엔 자동차 전문 브랜드 ‘H-SOLUTION’을 공식 출시했다. 지난 4월16일 현대제철은 중국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에서 열린 2019 상하이모터쇼에 현대제철 부스를 설치하고 자동차 전문 브랜드 ‘H솔루션’ 및 자체 설계 콘셉트카를 최초로 공개했다.

새 브랜드는 고장력강·핫스탬핑 등 자동차용 소재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고객사 차량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단순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사들이 차를 친환경적이면서도 가볍고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대제철이 공개한 콘셉트카 ‘H-SOLUTION EV’은 H솔루션을 적용한 첫 차량이다. H-SOLUTION EV는 쿠페형 전기차로, 항력계수 0.29를 구현했다. 항력계수는 공기의 흐름이 미치는 저항의 정도를 나타낸 수치로, 통상적으로 스포츠카가 0.3대다. 안전성 면에서도 차체 콘셉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상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기본 설계에 주요 차량 충돌 법규(북미 NACP 정면, IIHS 스몰오버랩, 북미 후방 충돌, IIHS 측면 MDB)를 만족하는 최적의 설계를 완성했다.

소재 면에서도 차체 골격은 1.8GPa 핫스탬핑 및 1.5GPa 냉연 등 초고장력강판 적용을 극대화해 고강도 경량차체 및 차량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외판은 490MPa 고강도 강판, 알루미늄 및 CFRP 등의 다양한 경량소재를 적용해 동급 EV 차체 대비 9% 경량화를 달성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모든 신강종과 신기술을 적용한 콘셉트카 H-SOLUTION EV가 미래 자동차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전부터 브랜드화 작업 착착

2017년 현대제철은 내진용 전문 철강재 ‘HCORE’를 공식출시한 바 있다. 내진용 전문 철강재인 HCORE는 지진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제품이다. 일반강재 대비 높은 에너지 흡수력‧충격인성·용접성 등 특성을 지녔다. 이를 건축물에 사용할 경우 외부 충격으로부터 거주자 안전도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현대제철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공모전을 통해 ‘현대제철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들어 나가는 중심(core)이 되겠다’는 의미로 HCORE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내진용 철강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가 강화되는 등 관련 법령의 정비도 뒤따르고 있어 HCORE의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5년 현대제철은 국내 최초 내진용 H형강인 SHN재를 개발한 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제품출시 등을 통해 관련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0년 내진용 후판 SN재 생산, 2014년 내진용 강관 SNT재 생산, 2016년 내진용 철근 SD500S, SD600S 등을 개발하면서 형강, 철근, 후판, 강관 등 각 분야에서 내진강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현대제철이 출시한 HCORE의 내진용 형강은 초고층·대형 건축물을 지지하는데 사용된다. 내진용 철근은 아파트‧주택 등 주거공간, 내진용 강관은 경기장·체육관 등 대공간 설계에 적용된다. 내진용 후판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활용할 예정이다.

철강회사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철에 ‘이름’(브랜드)을 본격적으로 지어주기 시작했다. 브랜드 마케팅으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면 고기능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믿음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대외 경영환경 악화도 브랜드 마케팅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외형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고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절감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