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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머니투데이DB |
항공업계 지각변동 빨라진다
국내 항공업계가 위태롭다. 유례없는 호황으로 고속성장해온 저비용항공사(LCC)부터 수십년의 노하우로 버텨온 대형항공사(FSC)까지 올해는 모두 끝을 모르는 절벽으로 추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시장의 재편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시작은 대한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0여년간 국내 항공업계를 이끌어온 아시아나항공이다. 5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국내 항공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시아나로 시작된 시장 재편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아온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금호’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범현대가 품에 안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되기로 했다. 이달 27일 금호산업과 HDC 컨소시엄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말부터 비상경영에 나섰다. 비수익 노선을 없애고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썼다.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금호 품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정상화를 통해 이룬 결과는 9조5000억여원(올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부채뿐 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59.5%에 달했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대 수준을 적정선으로 본다.
학계에서는 이미 항공시장의 재편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항공사라고 해서 계속 생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타 민간시장에서는 생성과 소멸 과정이 계속돼 왔다. 항공시장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항공 역사가 5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경쟁을 겪어보지 못했다”며 “대한항공 독점, 1989년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복점. 2005년에 들어서야 LCC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시장의 재편은 당연한 현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노선 침체 등의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예상보다 시장의 재편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사실 시장재편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이미 시작됐다. 얼마나 판이 크게 흔들릴지는 대내외적 여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제3자가 볼 때도 국내 항공업계의 미래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열린 IATA 총회에서도 외국 참가 회원들은 사적으로 국내 항공시장의 재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만 해도 이미 80~90년대 항공시장 재편과정을 경험했다. 국내 시장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인수합병(M&A)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이스타항공 |
국내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업계 1위 대한항공은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한차례 무급휴직도 단행했던 대한항공이다. 새주인을 찾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무급휴직에 나선 바 있다.
LCC도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일본 노선이 지난 7월부터 심화된 노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소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던 주력 노선의 수요가 끊기면서 LCC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보잉737맥스 운항중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스타항공은 지난 9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올해 국내 LCC 중 가장 먼저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에어서울도 기재 도입 등의 계획이 어긋나면서 신입 부기장의 무급휴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제주항공은 무안, 광주를 제외한 공항을 대상으로 국내선 카운터 무인수속화를 진행 중이다. 유인 수속 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용절감 차원으로 풀이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LCC들도 올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이 흔들리면 매각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꾸준히 거론됐던 곳은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될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계열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관련 법도 분리매각에 대한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HDC 측이 에어부산을 온전히 보유하려면 추가 지분 확보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지역 주주들이 55.8% 지분을 보유 중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율을 100% 보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2년 내로 매각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 항공사의 분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지역 점유율이 확실해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항공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설을 부인해오던 이스타항공은 결국 제주항공의 품에 안긴다.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설이 나돌던 이스타항공 측에 제주항공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제주항공은 오는 26일부터 실사에 들어가고 연말 SPA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매각 예정금액은 약 695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곳 상황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항공사가 없다”라며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에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심화, 공급증대, 대내외적 여건악화 속에 정부차원의 지원도 기대가 어렵다. 합병, 폐업 등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일~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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