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여건이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다. 다만 1단계 불완전 합의 속에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영국 브렉시트 등 주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2020년 경자년 새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별, 기업별 온도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머니S>는 2019년 한해를 돌아보고 2020년을 준비하는 경제위기 진단과 전략 기획을 마련, 각 경제주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각부처 장·차관들이 브리핑을 갖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2020 경제위기 진단과 대비 전략 : 대책-④] 정부 경제정책방향 전문가 의견은
“내년엔 반드시 경제를 정상 성장 궤도에 올리겠다.”
정부가 2020년 경제정책 목표를 ‘경기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로 설정했다. 이를 위한 ▲혁신동력 강화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 등 4대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경제활력 제고에 방점을 두면서 4대 정책으로 구조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9일 ‘2020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우리 경제는 올해 어려웠던 시기를 최단기간 내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며 “성장 궤도로의 복귀는 물론 민생에서도 성과가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어떤식으로든 경기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2020경제정책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100조 투자’로 성장지속
정부는 내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25조원 규모로 찾고 민자사업도 내년 집행분(5조2000억원)을 포함해 15조원 이상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 투자도 올해(55조원)보다 5조원 늘어난 60조원을 집행키로 했다.
특히 투자 애로요인 해소, 제도개선 등을 통해 10조원 규모의 4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엔 ▲울산 석유화학공장 건립(7조원) ▲인천 복합쇼핑몰 건립(1조3000억원) ▲여수 석유화학공장 건립(1조2000억원) ▲인천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GDC) 건립(2000억원) ▲포항 이차전지 소재공장 건립(2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SOC(사회간접자본)엔 올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정부는 투자애로를 해소하고 공공기관 투자나 민간투자를 통해서 좀 더 성장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표면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과감한 투자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정책방향에 어떤 투자유인책이 담겼는지 주목했던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이 지난 16일 발표된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효과가 다소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궁극적으론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여서 민간기업들의 공사 수주 행위를 제한할 수 있어서다.
성태운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 강화와 건설투자 활성화는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다른 방향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엇박자 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100조원 투자 발굴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건을 발굴한다는 개념인데 ‘100조원’이란 금액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며 ”SOC 투자도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른 내용이 없는 건설경기 부양책 정도”라고 지적했다.
2020년 경제정책방향./자료=기획재정부
산업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대목은 규제완화 등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를 마련했느냐였다. 산업계는 과거의 세제혜택과 같은 보여주기식 유인책이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투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원했다.
결국 정부는 산업적 파급력, 국민체감도가 큰 사례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활용을 가속화한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규제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주겠다는 것이다.
공유숙박이나 공유주방 등의 공유경제, 첨단재생의료 활용도 제고 등은 규제완화 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추진력이 붙을 수 있다. 공유차량 서비스인 ‘타다’와 같은 사업 모델이 파열음 없이 한국경제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내년에 규제 샌드박스 승인 적용사례를 200건 이상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도 약속했다. ‘선 허용-후 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대상을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 규제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입법의 유연화를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무조건 규제 샌드박스 적용 기업을 늘려주는 것이 능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혜택의 주체가 ‘누가’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규제 완화 측면에선 기업에게 나쁘지 않은 소식일 것”이라고 밝혔다.
◆엇갈린 대책 반응… “의지는 좋다”
노동시장개혁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노동시장 유연화 촉진과 노조의 과도한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개혁 방안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고용·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고용안정성 강화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 합리화 ▲중층적 사회적대화 활성화 및 중범위 노사협력모델 창출 등을 노동시장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에 대한 정책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집권 층의 지지기반인 노조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부터 산업계에선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이번 경제정책에 노동계 반발을 부를 파격적인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냈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기존 대책을 재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직무급제 확산은 그동안 정부가 주요 정책과제로 꾸준히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진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2020경제정책에서 관광 등 내수 진작 대책,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13대 주력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수출현장 애로 해소방안, 돌봄경제로 9만여개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대책은 부실하나 경기부양 의지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전체적으로 눈에 띌 만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성장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건 과거에 비해 긍정적이다. 경기 반등을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작은 성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