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만원이 사라지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7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 찍은 A씨(35)와 B씨(34)는 오전 10시쯤 '얼굴 없는 천사'가 주민센터 뒤편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두고 간 성금 6000여만원을 훔치는 모습이 찍혔다.


지역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주거지인 충남 논산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를 오가며 잠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당일에는 자정 무렵 논산에서 출발해 오전 2시쯤 주민센터에 도착했다고 한다.

차량에서 내린 두 사람이 점퍼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어슬렁거리면서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과 그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도 주민센터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은 지난해 12월27일 '얼굴 없는 천사'가 5000여만원이 든 상자를 두고 간 장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오전 10시까지 8시간 동안 차량 안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범행 당일 전주 오는 길에 휴게소 화장실에 들러 화장지에 물을 묻혀 차량 번호판을 가렸다. 이전에 답사할 때는 차량판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범행 당일 오후 2시 25분과 2시 40분쯤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검거됐다. "이틀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못 보던 차가 있어서 차량 번호를 적어놨다"는 주민 제보가 이들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논산 지역 선후배 사이다. A씨는 논산, B씨는 공주에 산다. B씨는 A씨 고교 1년 후배 동창으로 알려졌다.

논산에서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경찰에서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컴퓨터 수리업체를 하나 더 차리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A씨가 무직인 B씨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에서 '노송동주민센터'를 검색한 인터넷 기록을 확인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매년 12월 성탄절 전후에 비슷한 모양의 A4용지 상자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를 담아 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지는 익명의 기부자다. 그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시켜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 도난당했다 되찾은 성금 6016만3210원까지 포함하면 그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모두 21차례 기부한 성금 총액은 6억6850만3870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