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중시 사회에선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 역시도 품질만큼 중요한 요소로 ‘디자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디자인은 감성소비가 강조되며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전통적인 디자인은 미학을 중시하지만 최근엔 제품에 담긴 의미와 성능, 스토리를 함께 다룬다. 사물의 외형이 아닌 본질적 가치와 철학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환경과 사회문제, 기업 윤리까지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소비자의 삶에 작지만 강한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주>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 /사진= 뉴시스 DB [머니S리포트]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② 눈길 끄는 디자인 앞세워 시장 공략하는 제품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예쁜 대상에 끌린다. 이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다양한 제품 역시 이왕이면 예쁜 것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도 디자인이 예쁘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여겨서다. 예쁜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감성까지 자극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가득하다. 이처럼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이다. 우리 주변에는 눈에 띄는 예쁜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들이 다양하다.
◆자꾸만 눈길 가는 ‘예쁨’
#고등학생 최현진(18세·여)씨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친구들이 옷, 신발, 액세서리, 인형 등 유행하는 제품을 사고 모아도 시큰둥했다. 그랬던 최씨의 마음이 돌아선 사건이 있었다. 1년 전 친구와 쇼핑을 갔다가 우연히 들린 캐릭터숍에 있는 제품을 보면서부터다. 학용품, 쿠션, 슬리퍼, 손 선풍기, 머그컵, 휴대폰 케이스 등 일상에서 쓰는 다양한 제품에 예쁜 캐릭터가 접목됐다. 주변 친구들이 쓰는 걸 볼 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직접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 최씨는 틈만 나면 캐릭터 상품을 사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대학생 배유진(23세·여)씨는 최근 은행을 들렸다가 우연히 새로 출시된 체크카드 디자인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평소에 한 가지 체크카드만 이용하던 배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카드 디자인에 반영된 것을 보고 혜택 등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발급 받았다. 평소 무분별한 소비를 하지 않았던 만큼 이왕 쓰는 김에 예쁜 카드를 사용하고 싶어서 발급을 주저하지 않았다. 배씨는 기존에 쓰던 카드를 해지하고 새로 발급 받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체크카드를 쓸 계획이다.
#직장인 김창규(36세·남)씨는 평소 맥주 마니아다. 국산맥주부터 수입맥주, 수제맥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맥주를 즐기는 이른바 ‘맥덕후’다. 최근에도 퇴근길에 집 근처 마트에 들려 맥주를 고르던 김씨는 우연히 디자인이 독특한 막걸리를 발견했다. 김씨가 생각하는 막걸리는 초록생 페트병이나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긴 술인데 마트에서 우연히 본 막걸리에는 우스꽝스러운 동물그림과 눈에 띄는 독특한 글씨체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김씨는 평소 막걸리를 안좋아 하지만 그날은 자신도 모르게 두병이나 사왔다.
신한카드의 미니언즈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소비자 지갑 여는 디자인
이처럼 최근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에 반해 충동적인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었다. 디자인이 눈에 띄고 예쁘면 기존에 쓰던 제품과 작별도 마다 않는 시대다. 상품에 따라 성능, 혜택, 맛 등 응당 갖춰야할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지갑을 열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하나는 단연 예쁜 디자인이다.
예쁜 디자인 상품을 주도하는 매개체는 ‘캐릭터’다. 그동안 ‘캐릭터 상품’하면 미키마우스, 헬로 키티 등 외국 제품이 떠올랐지만 최근 몇년 새 국내 기업의 캐릭터 상품은 눈부신 성장세를 이뤘다. 국내 대표 포털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자체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의 매출은 2015년 376억원에서 지난해 1973억원까지 올랐다. 라인프렌즈의 경우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해 탄생한 ‘BT21’을 통해 매출 상승을 극대화 시켰다는 평가다.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 /사진=NH농협카드 ◆‘이거’ 있으면 인싸템?
금융권에서는 2030세대를 겨냥해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카드를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신한카드가 NBC유니버설과 손잡고 지난해 4월 출시한 ‘미니언즈 체크카드’는 기존 신한카드 딥드림(Deep Dream) 체크 기반 디자인에 인기 애니메이션인 ‘미니언즈’ 캐릭터를 적용했다. 이 카드는 발매 6개월 만에 총 40만장(체크카드 39만2000장, 신용카드가 1만1000장)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SC제일은행은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의 주요 캐릭터로 디자인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최근 출시했다. 이번 상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의 개붕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SC제일은행의 ‘에이스플러스 체크카드’와 입출금 통장에 적용되며 ‘안나’, ‘엘사’, ‘올라프’ 등 겨울왕국2의 주요 캐릭터가 적용됐다.
심술6. /사진=배상면주가 NH농협은행은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캐릭터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는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이 치즈볼을 즐겨먹는다는 기존 스토리를 활용해 ‘치즈 농장의 농부 라이언’ 스토리를 개발해 카드 디자인에 적용했다.
이밖에 주류 업계도 맛에 더해 디자인 특화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막걸리제조 업체 배상면주가는 2030세대를 겨냥한 라이스 와인 ‘심(心)술’ 라인업을 확장한 캐주얼 막걸리 ‘심술6’을 선보였다. 심술6는 라벨에 기존 심술 제품 패키지에도 삽입된 익살스러운 당나귀 캐릭터가 독특하게 표현됐다. 배상면주가는 젊은 세대의 사진 찍고 싶은 심리를 유발하기 위해 심술 난 당나귀가 뽀얀 막걸리 구름에 앉아 있는 듯 한 비주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